인건비 부담 가중 애로
“임금피크제, 선언적 규정에 그쳐” 지적도 ‘헬조선’, 지옥이란 뜻의 ‘헬’과 한국의 옛 명칭인 ‘조선’이 결합한 인터넷 신조어다.
젊은층에서 유행처럼 번진 이 단어는 ‘한국은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로 쓰인다. ‘헬조선’ 열풍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청년실업’이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1.8%로 3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년연장법의 시행과 함께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청년채용이 확대될 것이라 기대됐지만, 실상은 달랐다.
임금피크제 등 정년연장에 따른 추가적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히려 기업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의 부담만 가중됐고, 이로 인해 청년실업 해결에 있어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임금개편 등의 추가적인 조치 없이 정년연장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1단계 정년연장 적용대상 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정년 60세 시대의 기업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42.7%에 불과했다.
57.3%의 기업은 아직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한 것이다.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형으로 개편한 기업은 23.7%로 더 적었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 둘 다 못했다고 답한 기업은 절반(46.0%)에 육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정년연장 조치는 바로 기업경영의 충격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정년연장제로 악영향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67.3%에 달했다. 그 원인으로 ‘인건비 증가(53.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신규채용 축소 등 인력운용 애로(23.7%)’, ‘고령근로자 비중 증가에 따른 생산성 저하(21.7%)’ 등이 뒤를 이었다.
정년 60세 의무화는 지난 2013년 4월 정년연장법이 통과돼, 올해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고 내년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년연장 시행 후 기업들이 임금체계 개편 등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오히려 근로자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년연장법 통과 시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문화 했지만,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정년연장이 기업의 신규채용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고용의 신진대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구시대적 임금체계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일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동계가 대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 앞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1970년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하고 1998년에야 정년 60세를 의무화했다. 기업들이 정년연장 충격을 흡수할 보완장치를 마련하여 정착시킨 후 정년연장을 제도화함으로써 부작용을 방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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