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도발했다면 재해로 볼 수 없어
직장 동료와 업무문제로 다투다 숨진 택시 기사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숨진 택시기사 A씨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택시기사로 근무하던 A씨는 B씨와 같은 조가 돼 12시간씩 교대로 택시를 운행했다. 그러나 A씨는 평소 B씨와 차량 관리 문제로 자주 다퉜다.
A씨는 지난 2013년 9월 B씨가 차량 부품을 교체하지 않아 자신의 업무 시간에 부품을 교체하게 되자 불만을 품게 됐다. 이에 A씨는 같은 달 평소보다 일찍 회사에 출근해 B씨에게 먼저 시비를 걸고 급기야 몸싸움을 벌였다. 몸싸움은 10분 동안 이어졌다가 중단됐다.
그러나 A씨는 다음 날 다시 B씨와 몸싸움을 벌었고, 이 과정에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했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발생한 문제로 사망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 달라고 청구했지만 공단은 ‘정상적인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불복한 유족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해 재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폭력 행위가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했다거나 직무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도발했을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A씨와 직장 동료 B씨와의 차량 관리 문제는 사건 발생 전날 일단락됐다”며 “그럼에도 A씨는 B씨에 대한 나쁜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화풀이를 하기 위해 B씨에게 먼저 시비를 걸면서 폭행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평소 업무와 관련해 다퉈왔다고 하더라도 폭력 행위는 사적인 화풀이의 일환으로 판단된다”라며 “A씨가 숨진 것은 자의적인 도발에 의해 일어난 폭행이 원인이 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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