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극심한 우울증세 보여
신설된 지부에 발령을 받고 경험이 전무한 업무를 하다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진만)는 사망한 A(48)씨의 아내 허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 거부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재판부는 허씨의 남편이 새 업무로 인해 중압감을 느꼈고, 우울증이 악화돼 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자살을 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A씨는 신설된 지부에 부임해 자금지원업무를 처음 맡았고 팀원들도 업무 경험이 없었다”라며 “꼼꼼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의 A씨는 상당한 중압감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 지 약 2개월이 지난 후부터 급격히 우울 증세를 보이며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A씨가 입사 후부터 우울증 등을 겪었던 것은 아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발령 전까지 사교적인 성격으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했고 우울증 등 정신과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전혀 없다. 또 가족관계나 재산관계 등에 특별한 문제도 없었다. 즉, 업무환경 변경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생긴 것이다.
재판부는 “업무로 인해 형사책임이나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아내에게 상속포기 방법을 확인해두라거나 자살 당일 비가 오는데도 차량 와이퍼를 작동시키지 않는 등 판단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자살 시도 직전에 극히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고 자살의 동기가 될 만한 다른 사유가 없다”며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우울증이 악화됐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B공단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지난 2013년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A씨는 2012년 신설된 지부에 발령을 받았고, 처음으로 자금지원업무를 담당하면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우울증세를 보였다.
이듬해 한 기업의 자금 지원에 문제가 발생하자 A씨의 우울증세는 급격히 악화됐다. 업무 담당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을 동료들에게 물어보거나 자신의 업무 과오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노심초사하는 등 비정상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자살한 것이다.
이에 A의 아내인 허씨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우울증이 생겨 남편이 자살하게 됐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허씨는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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