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화는 시대의 양심이다
대학 자율화는 시대의 양심이다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6.06.15
  • 호수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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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부산외국어대 인도학부 교수

 

대학은 양심과 곧음으로 세워지는 지성의 전당이 돼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의 대학은 더도 덜도 아닌 신자유주의라는 생산 현장의 논리가 공장을 넘어 학원 안으로까지 파급된 현장이다. 생산 현장에 요구되는 품질관리(QA) 방식이나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 생산 방식이 대학가의 지배 이념이다. 소위 스펙은 대학생이라는 상품의 품질관리를 위한 인증서이고, 기업이 요구하는 그 상품을 철저하게 관리해 재고 없이 바로바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논리는 신조어인 ‘인적 자원(human resource)’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인간 전체를 ‘자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대학은 더 이상 고전적 의미의 교육기관이 아니다. 교육은 생산수단이고 교육과정은 생산투입물이며 교원은 피고용자이고 국가와 사립대학 이사장은 자본가이자 생산자이며 학생은 상품, 즉 취업용 상품인 셈이다. 상품에도 고가와 저가가 있듯이 오늘날 치솟는 대학등록금은 고가 상품으로서의 학생을 제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대학은 아예 노골적으로 수익 사업에 나선다. 대학발전기금이라는 명분 아래 대학의 적립금이 1조원에 육박하는 대학도 있는데 그 돈으로 부동산 투기, 주식이나 파생 상품 투자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이제는 식상한 대학의 풍경이 되었다. 학교 내에 스타벅스, 홈플러스까지 끌어들인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쇼핑몰이 들어와 대학 캠퍼스는 상업화된 그 바깥 세상과 차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 할 필요도 없겠다. 대학이 외국어나 기술을 배우는 학원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제부터였는지, 대학이 더 이상 학문을 하지 않은 곳이라는 명제에 대해서 구성원들 대부분이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대학 사회에서 교수를 평가하고 그 평가를 기준으로 연봉을 책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 교수를 평가할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교수를 평가하면서 ‘학생 취업을 얼마나 많이 시켰느냐’, ‘외부로부터 용역을 누가 많이 따왔는가’로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대학에게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수차례 확언하고서도 총장 직선제를 하면 해당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 대학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출해서 대학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면 정부는 그 대학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교육을 아직도 관(官)에서 통제하겠다고 하는 생각을 한다는 것, 그것이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이야말로 인문학적 세계 그 자체다. 그런데도 이 교육은 돈으로, 돈을 벌기 위해 굴러가고 있다. 그 안에 인간은 없어진지 오래다. 스승은 사라지고 직업으로 교수만 남았다. 제자를 키우는 것인지, 대학을 부업으로 다니는 주업이 알바인 노동자를 가르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와 기업은 오로지 돈 타령밖에 안 한다.  지식인으로서 이 시대의 딸깍발이 스승으로서 이러한 상황이 죽고 싶을 정도로 치욕적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해 고현철 부산대학교 교수는 총장 직선제 폐지 추진에 항의하며 투신했다. 대학 자율화와 그 구체적 의미로서의 총장 직선제를 위해 목숨을 던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그가 그런 극단을 택한 것은 유신이나 5공 독재보다 대학의 자율화가 무너지는 것이 더 수치스럽고 괴로웠기 때문이다. 대학은 이 나라의 마지막 지성의 보고다. 대학교수는 양심과 곧음을 지켜야 하는 시대의 마지막 보루다. 시대의 스승들을 돈으로 욕보이는 그런 나라가 제대로 서는 것을 보지 못했다. 대학이 정부의 권력에 굴복하지 않도록, 대학이 돈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도록 시민들이 격려하고 지지해줘야 한다. 대학이 돈과 권력을 멀리하고 양심과 곧음으로 세워지는 지성의 전당이 되어야 한다. 대학은 시대의 양심이고 그 요체는 대학의 자율화다. 그리고 그 바탕은 바로 인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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