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
건설공사를 분리해 발주할 경우 발주자는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해야 한다. 아울러 질식, 붕괴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고용부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남양주 지하철 건설현장 붕괴사고’ 등을 계기로 하청 근로자 등 산재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산업안전에 대한 도급인(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먼저 개정안은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안전·보건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 작업의 범위를 확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도급인은 질식, 붕괴 우려가 있는 작업을 할 때 수급인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도급인이 작업 전에 위험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수급인은 직접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참고로 현행법은 ‘화학물질 또는 화학물질을 함유한 제제(製劑)를 제조·사용·운반·저장하는 설비를 개조하는 작업’ 등을 할 경우 도급인으로 하여금 수급인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즉, 이번 개정안을 통해 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질식과 붕괴로 인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재해분석 통계를 반영한 조치다.
고용부에 따르면 질식재해의 경우 사고성 재해보다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50배 정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사고성 재해자 8만2947명 중 1.2%인 992명이 사망했지만, 질식재해로는 최근 5년간(2010~2014년) 178명의 재해자 가운데 50.6%인 90명이 사망했다.
붕괴재해는 단 1건의 사고만 발생해도 다른 유형의 재해보다 재해자가 3배 이상 많이 나왔다.
최근 5년간(2011년∼2015년) 가시설물 등에 의한 붕괴사고로는 1건당 3.2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건설업 전체에서 사고 1건당 1.01명의 재해자가 발생한 것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한편 개정안에는 안전보건에 대한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개정안에 따라 발주자는 공사 일정 관리, 위험 작업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해야 한다.
이는 하나의 건설현장에서 다수의 시공사가 혼재하여 작업하는 경우 안전관리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 따라 ▲전기공사업법에 따른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른 정보통신공사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른 소방시설공사 등을 분리발주한 발주자는 건설현장에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해야 한다.
안전보건조정자는 겸임이 가능하지만 선임하지 않았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박화진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는 안전관리능력이 취약한 하청업체에 위험이 전가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라며 “원청이 작업현장 모든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도록 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