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심사제로 바뀌었지만 공사비 절감 위한 불법적 하도급 구조 여전
“저가 수주를 하더라도 안전관리비는 정액으로 정해 감소하지 않도록 입찰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은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건설회관 앞에서 ‘건설안전제도 개선’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같이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건설업계 최대 행사인 ‘2016 건설의 날’ 기념식에 앞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 사회 각계 귀빈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많은 사고를 야기하는 부실한 안전제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것은 공사비 절감을 위한 중층적 불법적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변경한 입찰제도도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저가 낙찰제’에서 ‘종합심사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가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실제 낙찰 가격은 설계가(價) 보다 무조건 저가로 수주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게 그 설명이다.
이에 건설노조는 “낙찰률에 따라 안전관리비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저가 수주를 하더라도 안전관리비가 감소하지 않게끔 정액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을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 현장 노사협의회에서 심의를 거쳐 이를 집행하고 사용내역을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노조는 안전관리자의 처우 개선도 강력히 요구했다. 안전관리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토록 하고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그 핵심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노조는 최근 사고가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건설현장 사고를 들었다. 해당 현장의 경우 배치된 안전관리자 3명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건설노조는 “현장 소장이 공기 단축을 위한 무리한 작업을 시키더라도 안전관리자가 비정규직이다 보니 그것을 제지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또한 계약직 특성상 계약 기간이 다 되어갈 때 다른 현장의 계약직 자리를 얻기 위해 현재 현장에 집중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의 경영 참여 위한 법적·행정적 제도 필요
건설노조는 근로자들의 경영 참여도 제안했다. 건설노조는 “근로자들의 경영 참여를 위한 법적·행정적 제도화가 필요하며 상시적 경영참가의 일부로서 노동이사제가 정착돼야 한다”면서 “공기업의 사회적 경영 강화, 기업 내 인권보장 활동, 시민안전과 경영 감시 활동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대주주의 황제식 1인 지배적 경영권을 감시하고 건설 기업이 공정하고 건전하게 운영돼야 한다”면서 “근로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강화됨으로써 경영효율은 높아지고 근로자도 함께 협력해 기업발전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공동도급계약상의 계약연대책임 부분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공동이행방식, 분담이행방식에 따른 공동도급은 계약이행을 연대해서 책임져야해 탈퇴한 구성원의 지분을 떠안아야 한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현재와 같은 경쟁 저가낙찰제도에서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회사의 적자분을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이 모두 떠안는 현실은 부당하다”면서 “발주처의 책임을 강화해 재입찰이 가능토록 하고 지분만큼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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