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설계 결함·부실시공 등 사고원인 집중 조사

교량 건설현장에서 길이 88m에 달하는 상판이 기울어져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일 오전 10시 57분께 전남 영광군 염산면과 무안군 해제면을 잇는 칠산대교 건설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에 세워진 상판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이 사고로 상판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김모(46)씨는 다리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또 맹모(66)씨 등 5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상판 끝 거푸집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이었으며 다리가 기울며 쓰러지자, 난간과 건설자재를 붙들고 매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상판 위에서는 14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다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사고 현장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이 있었으나 다행히 상판이 마을이 아닌 바다 쪽으로 기울어 쓰러지면서 대형 사고는 면했다.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한 관계자는 “바다에 세워진 교각과 연결하기 위한 연장 공사를 하던 중 사고가 났다”며 “사고가 난 상판을 받치고 있던 강봉(교각과 상판을 잇는 고정장치)이 끊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실시공에 초점 맞춰 사고원인 파악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되는 ‘강봉’이 끊어진 사실을 놓고 설계 결함이나 부실시공, 부실자재 사용 등을 지목하고 있다.
우선 안전수칙을 위반한 정황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실시공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대 과실이 드러나면 사법 처리와 행정 처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광경찰서는 시공사·하도급·감리업체 관계자 8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감리업체와 시공사 관계자 5명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대한 기초 조사를 벌였다. 전날에는 시공사·하도급 업체 현장 소장 등 3명을 조사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작업일지·안전수칙 자료와 사고 당시의 정황을 검토한 결과 타설 콘크리트 작업 전 규정에 따른 교육이 시행됐으며 근로자들이 공사 중 안전벨트와 장비를 착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부실시공 여부에 대한 수사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국토부와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에 칠산대교와 관련된 안전진단을 의뢰했으며 진단 결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경찰은 설계대로 시공이 진행 중이었는지, 상판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지지대와 고정장치를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 살핀 뒤 발주처와 시공사 등의 과실이 입증될 경우 관련자를 처벌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감식반은 현재 칠산대교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칠산대교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강봉이 상판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끊어진 것인지, FCM(Free Cantiever Method) 공법으로 상부 작업을 하던 중 좌우 균형이 무너지면서 그 여파로 강봉이 부러진 것인지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국과수 감식반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강봉이 끊어지면서 상판이 기울었다’고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시공사와 하도급업체가 설계도에 명시된 높이 9m, 직경 4㎝ 규격의 강봉 32개를 설계서대로 시공했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조사 했다. 또한 FCM 공법으로 작업 강봉이 부러진 것인지 정밀 감식했다.
사장교와 현수교로 이뤄진 칠산대교는 60m 간격으로 교각 14개를 먼저 세운 뒤 각 교각으로부터 좌우의 평형을 맞추면서 3~5m씩 상판 구조물을 늘려나가는 공법으로 설계됐다. 이 공법은 적은 인원으로 공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좌우 균형이 무너질 경우 전도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위험을 안고 있다.
한편 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갯벌로 주저앉은 교량상판과 충격을 받은 교각은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조만간 해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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