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공사 단계마다 하도급업체·근로자 변경되면서 안전관리 부실해져”
건설업 재해를 예방·저감하기 위해서는 시공사가 아닌 발주자가 안전관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견은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기술정책연구실장이 최근 발표한 ‘건설 안전사고 저감 대책의 문제점과 안전관리 체계의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나왔다.
최 연구실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건설업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원인으로 건설업의 원·하도급의 생산 구조로 인한 안전관리의 부실을 꼽았다. 건설업의 특성상 공사 단계마다 하도급업체와 근로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실장은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건설업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493명에 달한다”라며 “이는 제조업 428명, 광업 417명보다 많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e나라지표 산업재해분석 자료를 봐도 지난 5년간 건설업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은 전체 산업 평균치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실장은 “건설업은 기획부터 설계, 구매, 시공 등 각 단계를 맡는 업체가 모두 다르고 시공도 하도급 업체가 담당하는 경우가 대다수다”라며 “이 때문에 공사 전 과정에서 매번 일하는 근로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관된 안전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가 모두 책임지는 현재의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최 연구실장은 “안전사고를 시공사가 모두 책임지는 구조다보니 하도급업자와 협력적인 안전관리를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라며 “기존에 시공자 위주로 이뤄지던 안전관리를 발주자가 선도하는 총체적 안전관리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최 연구실장은 영국 히드로 공항의 증축공사를 우수사례로 꼽았다.
히드로 공항 증축 공사에서는 발주자가 안전관리를 총괄한 것은 물론이고, 건설사업 초기 단계부터 발주자와 설계자, 시공자 간 협력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 연구실장은 “히드로 공항 증축공사현장의 사망만인율은 0.14%로 영국의 지난 6년간 평균 사망만인율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실장은 “발주자와 설계자, 원도급자, 하도급자 등 건설공사의 모든 주체를 안전관리에 참여시키고 안전의 책임과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며 “안전관리 범위도 기존 시공단계에서 기획과 설계 등 전 단계로 확대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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