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부산외국어대 인도학부 교수

우리는 스승을 상실한 캄캄한 세상에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져 있다
누구나 착각하는 건 자유라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그 착각의 결과는 의외로 덤덤히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이유 중의 중요한 하나가 소위 사회의 리더라는 사람들이 만든 세계관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추종을 해서 그렇다. 무작정 추종하는 것은 그 리더가 부럽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과거 전통 사회에서는 자신이 하는 어느 한 쪽의 일에 조예가 있으면 그것으로만 판단하였을 뿐이었다. 붓글씨를 잘 쓰면 그것으로 그는 성공한 사람이었고, 그림을 잘 그리면 그 그림 하나로만 그를 판단하였다.
그가 사회에서 성공하였는지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고, 그 성공조차도 오로지 출세나 돈으로만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회도 큰 교회, 신도 수가 많은 교회를 일구어 낸 목사가 훌륭한 분이고, 프로야구 선수도 연봉을 많이 받는 선수가 훌륭한 선수고, 사진가도 작품 값이 비싼 사진가가 존경받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가 어떤 믿음을 갖고, 그가 어떤 스포츠 철학을 가지며 그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로지 돈 뿐이다. 그래서 목사가 되려면, 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면, 사진가가 되려면 그런 돈의 차원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본받고 따르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성공하게 된 데에는 자기 자신이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다거나, 따라 가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하나 있고, 그 성공한 리더들이 밝히는 삶의 길에는 숨겨져 있는 거짓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 그리고 실재하는 진실은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네가 갈 길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일러줘야, 그것만이 참되고 의로운 길인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일러줘야 하는 이가 스승이다. 그런데 그 스승을 우리 모두가 다 죽여 버렸다. 돈을 벌지 못한 무능한 자로 여기고 다 죽여 버린 것이다. 그 스승을 상실한 캄캄한 세상에 우리가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져 있다.
‘위대한 정치를 하기 전에 인간이 되라’ 라든가, ‘진정한 문인이 되기 위해선 우선 인간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라든가, ‘뛰어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대상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다. 거짓이 아니라고 착각하는 것은 당신 자유지만, 그 말을 따라 인생을 살면 그 결과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인이고 문인이고 사진가고 두 말 할 것도 없고, 철학자도 마찬가지 역사학자도 마찬가지고, 인간에 대한 존중, 인간에 대한 이해 이런 것을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현혹시키고 기만하는 사람들이다. 성공이 그렇게 해서 오는 세상은 갔다. 당신이 아무리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그런 세상은 오지 않는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인간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정도로 세상이 아름답지는 않다. 세상은 당신과 같이 아름다운 사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도 죽고, 교회도 죽고, 성당도 죽고, 절도 죽고... 사람들이 존경하고 의지하며 가르침을 받고 싶어 찾아가서 말씀을 듣고 싶어 하는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위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돈과 권력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그 입에서 나오는 말과 몸에서 하는 짓은 정치인보다 더 거짓일 때가 많다. 돈만 버는 기업인보다 더 소름끼칠 정도다. 미치도록 외로운 세상이 되고 말았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변했으면 미안해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염치다. 염치가 사라져버린 그 자리에 온갖 성공술로 포장된 거짓만 춤을 추고 있다. 슬픈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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