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전관리, 물적·인적·관리적 요인 등 총체적 문제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 안전업무 직영화 앞두고 공개채용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사고는 스크린도어를 둘러싼 기술적 문제와 관제시스템 부재, 인력부족 등 ‘불완전한 안전시스템’이 불러온 총체적 참사였다.
구의역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6월 8일부터 35일간의 조사를 마치고 지난달 28일 ‘구의역사고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사고의 원인은 물적·인적·관리적 요인이라는 3가지 영역에서 찾는다”며 “구의역 사고는 물적 안전성도 낮은데다가 인적 요인과 관리적 요인까지 부실하게 설계·운영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물적 요인으로는 스크린도어의 기술적 문제점이 제기됐다. 지하철 1~4호선 운전시스템은 ATS(자동정지장치)나 ATC(자동제어장치) 시스템이지만, 열차운행과 스크린도어를 자동으로 연계시킬 수 없어 고장 발생 시 기관사와 역무원, 유지관리업체 3자가 유선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또 주요부품에 대한 품질기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다가 스크린도어 설치공사를 최저가낙찰방식으로 발주해 공사가 허술하게 진행된 것도 문제라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일부업체가 완공 전 부도를 맞는 등의 부실시공이 높은 고장률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3자간 공동 작업이 필요한데도 서울메트로에 스크린도어 관제시스템이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서울메트로는 2011년과 2013년 스크린도어 관제 구축사업을 추진했으나 본사 이전 등 중장기 사업에 가로막혀 무산됐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쳤다. 2013년 성수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장애현황 수집시스템’을 설치했으나 위원회 확인 결과 4개 설치업체의 설비시설 간 상호 신호연계가 되지 않았다. 120개 역사 중 63개역은 통신이 두절된 상태였다.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담당자나 알림을 확인할 직원도 없었다.
유지관리업무에 필요한 인력 산정은 부실하게 이뤄졌다. 서울메트로는 은성PSD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업무 특성이나 작업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종업체나 시스템이 다른 도시철도공사 등의 인력기준을 적용했다. 2인 1조 작업이 불가능한 인력기준인 역당 1.29명이 이렇게 산출됐다.
지난해 강남역 사고 이후 2인 1조 작업을 위해 서울메트로는 역당 1.58명 수준의 인원 충원을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은성PSD가 요청한 28명에 크게 못 미치는 17명만 충원됐으며 이마저 안전업무에는 9명만 배치됐다.
위원회는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업무의 외주화가 이같은 총체적 난국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서울메트로는 용역업체의 업무수행 내용에 대해 한 번도 현장 확인을 하지 않고 서류로만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2인 1조 작업 준수나 허위 보고서 작성 여부는 검토조차 안됐다. 안전교육과 비상복구 훈련 등에 대한 정기적·체계적 과정도 없었다.
위원회는 서울메트로의 안전이 취약하게 된 배경으로, 1997년 이후 추진된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라는 정부정책을 지목했다.
사고대책과 관련해 위원회는 ▲스크린도어-전동차간 정보연계시스템 구축 ▲안전관리업무 전담조직 구성 ▲호선별·코레일간 기술검토 ▲점검반 편성 ▲2인 1조가 가능한 조직 구축 ▲스크린도어 업무 내규 규정 마련 ▲서울시-서울메트로 간 합동 안전대책 이행 상설화 ▲동종·유사사고 예방을 위한 상설 통합조사기구 설치 등을 제시했다.
불완전한 안전시스템 개선을 위한 대책으로는 ▲스크린도어 레이저센서 설치 ▲선로작업 최소화 원칙 준수 ▲지하철 안전관리위원회(가칭) 구성 ▲안전생명업무 외주화 중단 및 직영화 ▲저임금·장시간 업무 종합 점검 ▲안전·재난 총괄기구 설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부문 역할 재정립 등을 제시했다.
김지형 구의역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구의역 사고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원인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다짐하고 실천하며, 지속 점검하고 감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업무 직영화 앞두고 공개채용 진행
한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9월 1일 안전업무 직영화를 앞두고 직원 공개채용에 나섰다.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무기(안전)업무직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구의역 사망사고 이후 결정된 안전업무 직영화 조치의 일환이다.
서울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의 신분보장 및 처우개선과 함께 안전업무의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도시철도공사도 그동안 자회사에서 추진하던 전동차와 궤도 보수업무를 직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이들 업무를 담당할 직원 216명을 신규채용한다.
김태호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안전업무를 직영화하면서 근로자들이 공사 직원으로서의 더 큰 책임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시민들이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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