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업안전협회가 국내 처음으로 위험성평가 기법을 개발하여 사업장에 적용해오고 있는 만큼 대회 자체가 국내 위험성평가의 현황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향후 정착 형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런 점을 반영하듯 대회장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본지는 이날 주목을 받았던 주제발표와 대회 참가 발표자들의 주요 발표 내용을 간추려 봤다.
◆ 위험성평가 적용의 장애요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이영순 교수는 ‘사업장 위험성평가 적용 장애요인’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위험성평가 기법이 ▲생산성, 품질관리 등에 밀리는 안전 ▲근로자 참여 미흡 ▲부적절한 대책 ▲라인조직의 오너십 부재 ▲전문 지식 및 기술 부족 등의 장애 요인으로 인해 정착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 교수는 “안전분야에서 경영자 및 관리자의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과 근로자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경영진과 근로자가 리스크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접근방법을 도입시켜줘야 하며, 안전관리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위험성평가 정착 방안
한성대학교 박두용 교수는 ‘위험성평가 제도 정착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 교수는 발표를 통해 위험성평가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인식과 태도부터 변화해야함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위험성 평가제도는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요인을 반드시 챙겨보도록 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라며 “사업주로 하여금 어떻게 안전보건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지가 중점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법적인 요건의 준수만을 강요하는 기존 ‘명령 통제형 규제’를 탈피해 성과에 따라 지원과 제재를 주는 ‘성과기반형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기초적인 노동인원 구성을 하지 않거나 절대적인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을 때는 강한 처벌을 가하돼 지속적인 개선의지를 보이거나 우수한 안전보건 리더쉽을 보이는 사업장에는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수상자 주요 발표 내용 정리
금상 수원지회 박창옥 차장
A실업 : 주형 및 금형 제조업
금상의 영예를 안은 수원지회 박창옥 차장은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에 위치한 A실업(주)에 대한 위험성평가(평가기법 : 4H-KISA)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업장은 핫 러너 시스템을 주력 생산품으로 하고 있다.
이곳은 크레인 등 기계·기구를 사용하는 작업은 물론 압력용기를 취급하는 작업 등이 많아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재해율이 2007년에서부터 2009년까지 평균 0.83%를 기록할 정도로 사고가 많았다.
이곳의 주요 공정은 매니폴더, 건드릴, F·V, 매립, 페이스, 조립, 검사·출하, A/S 등이다. 수원지회팀은 이들 공정에 대한 위험성 평과 결과 총 117건의 위험요인을 발굴했다. 이들 위험 요인 중 77건이 개선대상으로 선정됐으며, 9월말 현재 이들 중 45건(58%)이 개선완료 됐다. 이에 따라 평균위험포인트도 기존 9.87에서 5.64로 크게 감소됐다.
박 차장은 “위험성평가를 진행하면서 사업장이 매월 개선상태를 보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업장 자체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상 경남서부지회 양재영 대리
(주)W기업 : 선박구성부분품제조업
은상을 차지한 경남서부지회 양재영 대리는 경남 거제시 사등면 성내공단에 위치한 (주)W기업에 대한 위험성평가(평가기법 4M) 결과를 발표했다. (주)W기업은 높이 15~20m, 무게 400~500톤에 달하는 선박 거주구(Deck House)를 생산하는 회사로, 크레인 등 중장비를 사용하여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이 많은 조선업 특유의 유해위험 사업장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의 주요 공정은 입고, 절단 가공, 부재 운반, 블록 조립, 선행 의장, 블록 운반, 도장, 출고 등으로 이들 공정에서 추락, 전도, 협착, 낙하, 비래, 화상 등 다양한 재해가 빈발(최근 3년간 앗차사고 98건 발생)하고 있다.
경남서부지회는 이번 위험성평가를 통해 공정별로 총 102건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이를 개선한 결과 평균 위험도를 6.83에서 5.45로 낮췄다.
양 대리는 “근로자들을 상대로 위험성평가와 관련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면 위험성평가의 항구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언했다.
동상 건설안전본부 대구팀 최규하 차장
Y원자력발전소 계획정비현장
동상을 수상한 건설안전본부 대구팀 최규하 차장은 전남 영광군 홍농읍에 소재한 Y원자력 제3발전소에 대한 위험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팀은 해당 현장이 위험 기계·기구 등을 다수 보유한 점, 사업장이 위험성평가 결과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의지를 피력한 점 등을 들어 이곳을 평가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했다.
이곳은 대규모 건설 현장인 만큼 천정크레인, 겐트리크레인, 탁상용 연삭기 등 기계·기구만도 총 54개에 달한다. 또 가시설물 반입·설치, 분해·해체, 반출, 반입, 조립, 가시설물 해체, 시운전 등의 각 공정 모두가 중량물의 취급이 빈번하고 근로자의 추락, 협착, 감전, 충돌 등의 위험성도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 대구팀은 위험성평가(평가기법 : 4M)를 실시해 총 130건의 위험요인을 발굴했다. 이중 119건이 개선됐으며, 개선율은 91.53%에 달했다.
최 차장은 “발주처와 시공사 담당자들이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함께 평가를 진행했다”라며 “그 결과 발주처와 시공사측에서 적극적인 개선의지를 보여 높은 개선율을 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려상 제주지회 김희근 팀장
N골프장 운영사(서비스업)
장려상을 거머쥔 제주지회 김희근 팀장은 제주도 구좌읍에 위치한 N골프장 운영사에 대한 위험성평가(평가기법 : 4H-KISA) 결과를 발표했다. 이곳은 골프장의 조경과 코스, 제초를 담당하는 사업장으로 서비스업에 해당한다.
제주지회는 최근 서비스업 재해가 증가추세에 있는 점을 감안해 이곳을 평가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했다.
이곳은 최근 3년간(2007~2009) 재해발생건수가 5건으로 위험성이 큰 것은 아니지만 조경이나, 제초, 그린·티 보수 작업 등에 그린모어, 시비·시약 차량, 예초기 등 기계·기계의 사용이 많아 사고의 가능성은 늘 상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험성평가 결과 제주지회는 총 57건의 위험요소를 발굴했다. 이중 개선이 필요한 사항인 3, 4등급 각각 12건에 대해 개선작업이 이루어졌으며, 현재까지 22건(개선율 : 91%)이 개선이 완료됐다. 나머지 2건은 개선계획 수립단계에 있다. 이에 따라 위험포인트는 12.5에서 3.9로 크게 낮아졌다.
◇ 사업장과 함께 하는 위험성평가 되길

이번 위험성평가대회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공통적인 평은 “평가의 적절성이나 개선실행계획 등은 우수하지만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라는 것이다. 또 심사위원단은 내용이 위험성평가 보다는 개선사례에 치중됐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를 토대로 볼 때 향후 펼쳐질 위험성평가는 사업장과 함께 실시하는 평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사업장이 자체적으로 자기 사업장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근오 심사위원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자기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깨닫고 스스로 안전활동에 나서게 하는 것에 위험성평가의 목적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