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안녕질서에 해악…미신고 옥외집회에 해당한다”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위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것도 옥외집회에 해당하는 만큼, 관할 당국에 미리 신고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업무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재물손괴)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모(40)씨 등 일용직 근로자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타워크레인에 올라 집회한 지씨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집시법상 집회와 미신고 옥외집회 개최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씨 등은 2014년 3월 자신들이 일하는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을 점거한 후 ‘다단계 하도급 철폐 직접고용 쟁취’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집시법 제6조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목적이나 시간, 장소 등을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씨 등은 당시 관할 경찰서에 집회와 관련된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 타워크레인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자물쇠를 절단(공동재물손괴)한 혐의와 집회를 열어 공사현장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사업장 내에서 이뤄지는 일상적인 조합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씨 등은 항소심 과정에서 타워크레인에서 집회한 것은 옥외집회로 볼 수 없어 신고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지씨 등이 벌인 집회의 방법, 집회 장소의 개방성과 접근성, 주변 환경 등에 비춰보면 이들의 행위는 불특정 다수와 접촉해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것으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며 “미신고 옥외집회를 연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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