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
  • 정태영 기자
  • 승인 2016.10.26
  • 호수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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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일 학과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안전문화 정착 위해서는 ‘先규제 後인식전환’ 필요
안전정책 제언과 공학적인 연구에 매진할 것

최근 들어 산업현장에서는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 교각 상판 전도사고, 건설현장 붕괴·화재사고 등으로 인한 중대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들 사고의 원인이 대부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人災)’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천재지변 등과 같이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아닌 기본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안전선진국이 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안전분야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박종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학과장을 만나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먼저 학과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는 지난 1984년 우리나라 최초의 산업안전공학과로 설립됐으며 1993년 안전공학과로 명칭을 변경,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 학과에서는 학생들에게 기계, 소방, 전기, 건설, 화공, 법·제도, 재난관리, 인간공학, 위생 등 안전과 관련된 모든 영역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습니다. 또한 ‘현장 맞춤형 Safety Engineer’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이론 뿐 아니라 다양한 실험과 실습도 병행해왔습니다.

‘안전인 배출의 요람’이라는 대내외적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과는 실무중심의 교육을 통해 현장 맞춤형 안전인을 배출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Q. 산업안전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실태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재해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등 안전분야에서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안전선진국이 아니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대형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산업안전 분야는 물론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경제 성장기인 1970~1980년대에 비해 지금의 경제주체들이 안전과 보건에 대해 갖고 있는 가치관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안전·보건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규제가 강화되고, 안전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 및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화평법과 화관법이 제정·시행된 것이 이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Q. 위 질문과 관련해서 제도·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어느 곳에든 뿌리내려야 우리사회는 안전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이미 사회 각계 여러분들도 이를 인식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법론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화라는 것은 1년, 2년, 10년 안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인식의 전환 없이 문화는 절대 형성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캠페인 횟수를 늘린다고 해서 안전문화의 저변에 확대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안전문화를 한시라도 빨리 정착시키고, 안전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선 우선 강한 법적 제재가 선행돼야 합니다. 안전법규를 위반한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차후에 규제를 점차 완화하는 동시에 교육과 캠페인 등을 강화한다면 그때에는 안전이 진정한 문화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Q. 위험의 외주화, 감정노동 등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외주화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경영의 효율화 측면에서 일부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위험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어떤 위험이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위험한 업무를 맡기려 하는 것에 ‘위험의 외주화’의 심각성이 내포돼 있다고 봅니다.

위험의 외주화와 감정노동의 문제는 결국은 안전에 들어가는 비용을 단순히 소모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많은 외국기업들이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안전에 대해 꾸준히 투자하는 것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인식이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경영진들이 안전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인식 개선에 나서는 동시에 법·제도에 따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Q. 산업안전과 관련해서 정부, 학계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당국의 감독인력과 민간재해예방기관의 인력을 총동원해도 우리나라 전국 사업장을 관리·감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관련 인력을 늘릴 수도 없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합니다. 정부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재해의 대부분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고,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원과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고예방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관련 법·제도 위반에 대한 제재는 현행보다 더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학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정책적인 제언과 함께 안전에 대한 공학적인 연구에 더욱 매진하고, 역량 있는 후배 안전인을 육성하는 데에도 적극 앞장서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때, 우리나라의 안전 분야는 큰 폭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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