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 승인 2010.11.03
  • 호수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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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실 듀오아카데미 강사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래서 상처 받은 영혼을 달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모든 일을 너무나 쉽게 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이 있지만, 소 잃어버린 다음에라도 미래를 위해 고치기라도 한다면 다행이다. 우리는 사고가 나면 흥분해서 비난할 곳을 찾고, 원인 제공자를 세상에 없는 나쁜 사람들로 만들어버리기만 할 뿐이다. 무엇을 고쳐야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는 뒷전으로 밀어버리고는 뒤돌아서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 뒤에는 사고에 상처받은 당사자들만이 덩그러니 남아버린다.

2010년 3월 강원도 삼척에서 시외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추락, 6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이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운전기사가 커브길인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과속했고, 버스에 탑승했던 많은 승객들 또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안전 수칙을 무시한 행동, 안전불감증이 참사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7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초고층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인부 3명이 추락해 숨진 사고가 있었다. 성인남자 4명이 300kg을 유지하는 지지대 발판에 6장의 강화유리를 실고 안전장치 없이 고층을 향해 올라가다가 강화유리에 밀리면서 그대로 추락한 것이다. 높은 곳에서 창문을 다루는 작업을 하는 인부들은 반드시 안전 고리를 차게 되어있지만, 이 중요한 수칙이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 사고로 또다시 공사현장에서는 소중한 인부들을 잃었으며, 사고당사자의 가정에서는 가장을 잃고 생계의 위협에 시달리게 되었다. 공사현장에서의 안전 수칙 준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혹은 관행이라는 이유로 잘지켜지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사고가 있었을 때 한 인터뷰에서 공사장 인부는 이렇게 말했다. 고층에서 일하다보면 늘 생명에 위협을 느끼지만 안전장치를 착용하면 불편하고, 만약 안전장치를 하고 있다가 사고가 나도 문제라는 것이다. 안전장치를 하다가 사고가 나면 허리를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나중에 일도 할 수 없고 병원을 다닐 치료비도 받지 못해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어 착용을 거부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크게 허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제기해볼 수 있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사고’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불안기피증, ‘다들 이렇게 일해도 멀쩡해’라는 어리석은 관행들, ‘바쁜데 넘어가도 괜찮겠지’라는 판단오류 등의 행동들이 결국은 인명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사건이 터져야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나서는 것도 분명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사고의 해결만을 생각하는 이러한 행동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이어지고, 이는 나중에 되면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상처 받은 사람들만 남겨지게 만들고 있다.

하인리히(H.W. Heinrich)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1930년 초 미국 보험회사의 관리 감독자였던 하인리히는 고객상담을 통해 사고를 분석하면서 ‘1대 29대 300’이라는 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이 법칙의 주요 내용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일정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사인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 사인을 무시해도 좋은가? 무시해도 좋은 경고는 아마 없을 것이다. 사소한 일상을, 그리고 수칙들을 무시해서 더 큰 사고로 만드는 나쁜 습관들을 이제는 다시 점검해 나가야한다.

안전 불감증으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회사와 안전관리자가 적극 나서서 그것이 잘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또 개인도 안전수칙이 무엇보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보호구’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 치의 오차없이 철저히 지켜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만약 안전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면 그 안전수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적용할 수 있으며, 그 수칙을 했을 때 정말 안전한가에 대한 점검도 진지하게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불안을 기피하는 혹은 무시하는 나쁜 습관(안전 불감증)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볼 때가 아닐까한다.

소중한 생명을 위해 정해진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것이 나를 지키고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일임을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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