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사고, 80~90%가 부주의에 의해 발생
탄광사고, 80~90%가 부주의에 의해 발생
  • 임동희 기자
  • 승인 2010.11.03
  • 호수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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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광산사고 분석

칠레에서 발생한 탄광사고가 최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칠레광산사고는 지난 8월 5일 발생한 붕괴사고로, 갱안에 있던 33명의 광부들은 69일간의 기나긴 사투를 거쳐 지난 13~15일(현지시각) 무사히 구출된 바 있다. 이 사고는 죽음에 맞선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줬다는 의미로 전 세계인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었다.

하지만 이 사고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최근 광산산업의 심각한 안전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 칠레광산사고도 지하갱내의 붕괴가 예상되어 인부들이 작업중지 요청을 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승리의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안전관리측면에서는 큰 허점을 드러낸 사고이기도 한 것이다.

칠레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광산사고는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광산업종의 근로자는 전세계 근로자의 1%를 차지하지만, 사고는 전체의 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규모에 비해 사고발생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10월에만 16일 허난성 탄광사고(26명 사망, 11명 실종)와 28일 구이저우성 탄광사고(12명 사망)가 발생하는 등 탄광사고가 최대 이슈이기도 하다. 지난해 광산사고로 중국에서만 2,631명이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외에도 올해 들어서 미국(4월, 25명 사망), 러시아(5월, 30명 사망) 등지에서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최근 광산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제노동기구(ILO)의 후안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매일 6,300명이 각종 사고와 질병으로 사망하는 등 해마다 230만명의 광산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라며 “각국의 광산 근로자에 대한 안전시스템을 보면 칠레광산 같은 재앙적 사고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우리나라의 광산산업은 여러 산업에 밀려 다소 쇠락한 상태이나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407개의 광산이 있을 정도로 꾸준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크고작은 사고도 지금까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80년대까지의 상황은 지금의 중국 못지않게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사망자 3명 이상의 대형사고가 거의 매년 발생했을 정도였다. 당시 근로자 100명중 8명(1986년 기준)이 부상 또는 사망하는 사고를 당했다하니 그 심각성을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20여년 만에 사망자 99.6%, 부상자 94.8% 감소

우리나라의 탄광사고는 광산산업의 발전 및 쇠퇴와 그 추세를 같이했다.

우리나라 광산사고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그 횟수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1,177개 광산에서 83,053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등 광산산업의 황금기였던 1986년에 절정을 이뤘다. 1986년 한 해 동안 광산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93명, 부상자는 무려 6,438명에 달했다. 이후 1990년까지 다소 줄어들다가 1990년대 초중반부터 그 감소세가 확연히 커지게 됐다.

사망자를 보면 1990년 130명이 발생하던 상황에서 1991년 90명, 1993년 68명, 1995년 29명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더니, 1998년 이후로는 지금까지 10명대 안팎에서 그치고 있다.

부상자의 경우도 1990년 4,068명이 발생하던 것에서 1991년 3,054명, 1993년 1,464명, 1995년 511명 등으로 급감하더니, 2002년 이후로는 채 100명을 넘지 않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0명의 사망자와 2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이를 토대로 보면 1986년 이후 23년만에 사망자의 99.6%, 부상자의 94.8%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처럼 1990년대 이후로 사고가 크게 줄어든 것은 광산산업이 크게 쇠퇴한 것과 연관이 가장 깊다. 1990년까지 1,000여개로 유지되던 광산수는 1992년 이후 400개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최고 8만명까지 기록했던 광산근로자 수도 1990년대 중반부터 1만명대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더니 지난 2007년부터는 채 1만명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광산근로자수는 7,986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광산산업의 활동인구가 크게 줄어든 것과 함께 전 산업에 걸쳐 안전관리 기술 및 시스템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던 광산재해도 이제는 거의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3명 이상 대형 사망재해, 10건 넘게 발생

앞에서 언급했듯이 1980년대까지 만해도 우리나라의 광산재해는 세계 어느나라 못지않게 심각한 수준이었다.

최근의 화두는 건설업의 재해라고 할 수 있지만 당시에 는 광산사고가 단연 사회적인 이슈였다.

우리나라의 광산사고 중에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던 사고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광산의 경우 석탄의 자연발화, 또는 전기누전 및 스파크로 인해 화재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1979년 10월 27일 경북 문경의 은성광산에서는 이러한 화재사고로 인해 무려 4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광산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기록됐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는 지난 1979년 4월 14일 발생한 함백 석탄광산 사고다. 석탄광산의 경우 작업 특성상 화약의 사용이 많은데, 이 화약이 잘못 폭발하면서 무려 2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바있다.

세 번째 큰 규모의 사고는 1973년 5월 5일 강원도 혈암광산에서의 사고였다. 당시 인부들을 태우고 가던 인차가 철로에서 탈선하면서 무려 19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어린이날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당시 사회적으로 크게 화제가 됐던 사고였다.

네 번째는 1974년 5월 28일 강원도 삼척광산에서 18명이 사망한 사고다. 탄광의 경우 상부의 채굴 때 고였던 물이 하부 채굴로 갑자기 밀려들어가면 매몰 또는 질식당하는 재해가 발생하는데, 이 사고도 이러한 출수재해로 인해 발생한 사고였다.

다섯 번째는 지난 1973년 11월 24일 강원도 동고탄광에서 발생한 사고다. 탄광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공기와 5~15%범위에서 혼합되면 폭발성을 갖는데, 이 사고는 이러한 가스폭발의 전형적인 사고였다. 이 사고로 총 17명의 근로자가 갱내에서 그대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지난 1996년 강원도 한보탄광에서 발행한 출수 사고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고로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광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던 1990년대에 벌어진 사고였다는 점에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의 탄광사고 역사에서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절대 지울 수 없는 사고가 매우 많다. 통계를 보면 3명 이상의 사망재해가 1967년부터 지금까지 총 73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에서 1971년 강원 혈암광산사고(13명 사망), 1974년 강원 어룡 광산에서 발생한 출수사고(12명 사망), 1977년과 1994년 강원 장성탄광에서 발생한 화재 및 가스질식사고(각 12명, 10명 사망)들이 대표적인 대형재해라고 할 수 있다.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안전불감증

그동안의 대형 광산사고들을 보면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탄광사고 중 가장 많이 발생했던 운반재해의 경우 △신호불일치 △안전장비 미착용 △운행 중인광차에 비승금지 등의 안전규정 미준수 등이 주요 사고원인이었다고 한다. 또 수갱·사갱의 와이어로프나 광차 및 인차의 연결핀이 절단되면서 발생하는 사고, 제동장치 이상으로 발생한 사고들이 많았는데 이들도 충분히 점검하고 개선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사고였다.

그리고 운반재해와 함께 고빈도 재해인 낙반·붕락 재해의 경우 부탄과 부석의 처리 및 점검을 등한시했거나 작업장의 안전관리가 미흡하면서 발생한 사고가 많았고, 화약 및 발파 사고의 경우도 근접개소에 동시 캐빙을 실시하거나 발파시 신속히 대비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재해도 사전에 충분히 계획을 세우고 점검을 철저히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예전에는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이 크게 부족한 상황 속에 체계적인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만큼 사고가 많이 발생했던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광산사고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속에서 이뤄진 하나의 부산물로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어두운 면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탄광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하여 고도의 작업강도를 요하고, 단순한 부주의가 큰 사고를 불러올 정도로 매우 위험한 작업환경을 갖추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속에 사고의 80~90% 이상이 본인 및 동반작업자의 부주의에서 발생될 만큼 안전의식면에서 매우 미흡하면서 그동안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비록 쇠퇴 산업이긴 하지만 분명 종사자들이 있고 재해 위험이 높은 산업이니만큼 앞으로 철저한 안전교육과 안전관리가 필요하고, 관련시스템도 꾸준히 개발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석탄생산작업장의 심부화(500m→1000m), 유지갱도의 연장 길이 증대(448km), 기계설비의 대형화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광산의 위험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앞으로 새로운 자원이 개발될 경우 광산업이 다시금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어, 사고의 발생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도 있어 보인다.

이를 감안한다면 최근 탄광사고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방심할만한 상황은 분명 아닐 것으로 보인다.

 

대형 광산사고 일지
1967. 12. 27    장성광산  9명 사망(낙반)
1969. 11. 6     화순광산  8명 사망(화재)
1971. 2. 15     혈암광산 13명 사망(광차일주)
1973. 2. 28     단기광산  8명 사망(가스중독)
1973. 5. 5      혈암광산 19명 사망(인차일주)
1973. 11. 24   동고광산 17명 사망(가스폭발)
1974. 1. 15     어룡광산 12명 사망(출수)
1974. 5. 28     삼척광산 18명 사망(출수)
1977. 11. 16   장성광산 12명 사망(화재)
1979. 4. 14    함백광산 26명 사망(화약)
1979. 10. 27   은성광산 44명 사망(화재)
1981. 1. 6      은성광산 8명 사망(출수)
1982. 1. 3      함태광산 9명 사망(가스폭발)
1983. 12. 22   봉명광산 9명 사망(화재)
1985. 12. 14   장성광산 10명 사망(출수)
1994. 10. 6    장성광산 10명 사망(가스질식)
1996 12. 11    한보탄광 15명 사망(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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