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대표적인 산업안전보건 민간단체 및 대·중·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자 등을 통해 2년간의 고용노동부의 규제개혁 성과물을 실제 사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선임보고의무 개선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안전보건책임자의 선임시 마다 지방노동관서에 보고토록 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9조 때문에 행정적 부담이 발생한다며 지난해 8월 선임에 따른 보고 의무를 삭제했다. 대신 고용노동부는 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사업장에 비치하도록 했다. 이 사항과 관련해 사업장 및 관련 단체의 의견은 찬반이 심하게 엇갈리고 있다.
N사의 안전관리자는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선정사항의 경우 추후 문제발생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업무의 편리성 보다는 그 중요성을 따져 선임 신고를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I사와 T사의 보건관리자는 “형식적인 보고의무가 사라져 행정적인 업무부담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밖에 민간안전관리기관의 한 관계자는 안전보건관계자의 선임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이 느슨해짐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관련법에 따라 선임날짜로부터 3개월 이내 직무교육을 이수해야하는데 이를 받지 않으려고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선 전에는 새로 선임시 고용노동부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드물었는데 선임증명자료만 사업장에 비치하도록 개선이 되고나서는 이런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 안전보건교육의 탄력적 운용
종전에는 비건설업 및 건설업간 채용시 교육 등 업종에 따라 안전보건교육 시간이 서로 상이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 업종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점을 반영해 지난해 9월 모든 업종을 일용과 일용 이외의 근로자로 구분하고 동일한 시간 동안 안전교육을 받도록 개선했다. 특히 특별교육의 경우 교육대상 작업에 종사하기 전 16시간을 이수토록 하던 것을 최초 작업 종사 전 4시간을 이수하고 나머지 12시간은 3월 이내에 나누어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교육과정을 조정했다.
이에 대한 사업장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특히 사업장들은 바쁘지 않은 시기에 맞춰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교육계획을 보다 탄력적으로 짤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민간안전관리기관의 한 관계자는 “그간 일용직 채용이 많은 회사의 경우 채용 시 교육 등을 실시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교육시간이 탄력적으로 바뀜에 따라 수월하게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검진결과보고 이원화의 문제점 개선
종전의 경우 사업주는 작업환경측정결과/특수ㆍ수시ㆍ임시건강진단결과를 측정/특검기관으로부터 제출받아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해야 했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단순 전달’에 불과한 불필요한 규제라며 지난해 8월 지정측정기관에 위탁하여 작업환경측정을 한 경우 해당 측정기관이 작업환경측정결과표를 전자적인 방법으로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항에 대해서는 사업장 마다 약간의 의견 차이를 보였다.
I사의 보건관리자는 “특검기관과 작업환경측정 기관의 결과 보고서 제출의 책임이 사업장에서 측정기관으로 변화돼 결과표 제출 기한을 이전보다 더 잘 지키게 됐고, 결과표의 전달과정도 신경 쓰지 않게 돼 업무에 보다 충실할 수 있게 됐다”며 규제 개선을 반겼다.
반면 민간안전보건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업주가 작업환경측정의 내용을 확인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조치를 취한 후 고용노동부에 제출을 할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개선 후에는 측정기관이 바로 제출을 해 사업장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 작업환경측정 주기 개선
기존에는 소음의 경우 다른 유해인자와 상호간 혼합ㆍ상승효과가 없음에도 일부공정에서 노출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그 공정의 전체 유해인자에 대한 주기조정을 할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소음과 그 밖의 유해인자를 별도로 구분하여 주기를 완화할 수 있도록 2008년 6월 관련 시행규칙을 개선했다.
이에 대해 사업장 대부분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K사의 한 안전관리자는 “기준을 지키려 노력했음에도 측정을 할 때 기준을 약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해 애로가 있었는데, 규제가 개선돼 상당한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T사의 보건관리자는 “문제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기를 조정할 수 있게 돼 비용절감면에선 효과적이나 한편으로는 유해인자별로 주기가 달라질 수 있게 돼 담당자가 변경될 경우 주기를 놓쳐버리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약간의 우려를 나타냈다.
◇ 석면 해체ㆍ제거작업 신청방법(허가제→신고제) 변경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허가제에서는 비전문업체에 의한 석면 해체ㆍ제거작업이 빈번해 근로자들의 석면 노출 위험이 컸었다. 또 제출 허가서류 검토기간(20일)도 길어 관계업자들이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2월 석면해체ㆍ제거작업을 신고제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의 석면자재가 포함된 건축물의 석면해체ㆍ제거작업은 인력ㆍ시설ㆍ장비를 갖춘 전문업체가 수행하게 됐다.
이에 대한 석면해체ㆍ제거업체들의 반응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S석면해체·제거업체의 한 관계자는 “행정처리기간이 짧아지고, 자격이 부여돼 무허가 업체가 가려진 것은 좋은 점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신고제로 되면서 신규 업체가 우후죽순 늘었는데, 이로 인해 가격 덤핑이 판치는 등 업체간 출혈경쟁이 늘었다”고 말했다.
◇ 안전보건관리자 처우 개선 시급
그간 고용노동부의 규제개선 성과에 대해 산업안전보건 관계자들은 대체로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자들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산업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해 시급히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많은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자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사항은 ‘안전보건관리자의 겸직’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아직도 상당히 많은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자가 겸직으로 인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들은 ‘안전보건관리자의 겸직 금지’를 시급히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