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한국작업환경관리협회 연구본부장
2009년 발표된 OECD 국가 직장인들의 직무만족도와 직무스트레스 정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느끼는 직무 스트레스 정도는 87%로, OECD 가입국가내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이 78%고 일본(72%), 미국(79%), 멕시코(60%) 등 주요국이 70%안팎임을 볼 때 상당히 높은 수치라 할 수 있다. 또 직무만족도 역시 OECD 평균이 8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9%를 기록,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우리나라의 열악한 직무 현황은 다양한 자료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경향닷컴은 국내 직장인 중 87.8%가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무기력증과 스트레스성 소화기 질환 등 정신·육체적 이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또 아시아경제는 출근만 하면 우울해지는 회사우울증을 경험한 직장인이 74.4%나 된다는 기사를 최근 내보낸 적이 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우리나라는 2009년 기준 OECD 국가 중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21.5명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트레스를 일상적인 현상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스트레스는 가볍게 볼만한 것이 아니다. 특히 업무수행과 관련해 발생하는 스트레스 부하나 가중은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실수나 부주의를 유발해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이어지게 한다. 즉 스트레스는 일련의 재해 메커니즘의 출발 원인인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높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가. 회사 경영진이나 관리자들은 성과창출만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할 뿐 스트레스 부하관리는 부수적 업무쯤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 좋은 성과가 누적됐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스트레스는 개인적인 문제에 불과해 퇴근 후 소주 한잔 정도로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관리관행도 고착돼 있다.
지금부터 이러한 업무수행 스트레스의 장애요인인 ▲과도한 성취욕구 ▲상충되는 업무지시 ▲스트레스에 대한 무관심 ▲인사고가와 연계한 성과지상주의 등에 대한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국내 산업현장은 근시일래 큰 장애물에 부딪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삼성토탈은 ‘직원뿐만 아니라 직원 가족의 행복까지 생각하겠다’는 새로운 개념의 정서적 소통방식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회사경쟁력의 원천이 가정 행복이라고 보고, 의견교환 및 격려 차원에서 수시로 운영위원회와 간담회 등을 마련해 단순한 복리후생을 뛰어넘는 노사 상생의 신모델을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의 중심에는 ‘소통의 변화’를 내세웠다.
지금까지는 소통의 방식이 기업의 성과와 효율성의 제고에만 치우쳐 있어 직원의 마음을 관리하는데는 다소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은 성과지향적 방식과 함께 사원들의 가슴을 고려한 정서적 방식을 병행·추진함으로써 소통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필자는 연구의 성과를 떠나 이러한 보고서가 발간된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업무수행 스트레스의 가장 가깝고도 깊은 문제는 바로 직원 간 소통 장애이기 때문이다. 직원과 경영진 간에 생기는 소통의 장벽 그리고 기업경영진과 직원가족 간의 소통문화가 부족한 것을 직시하고 풀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바로 이런 것을 행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은 인간관계의 물꼬를 터주는 동시에 물줄기의 방향과 장애요소를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즉 기업은 소통이라는 의견교환을 통해 기업이 가장 원하는 창의와 혁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로부터 사랑 받는 브랜드의 대부분은 ‘친밀감(Intimacy)’, ‘열정(Passion)’, ‘책임감(Commitment)’ 등 이른바 ‘사랑의 3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친밀감은 오랜 기간 동안의 관계 유지, 열정은 동기 유발, 책임감은 애정적 관계유지를 각각 뜻한다.
앞에서 언급한 정서적 소통이 이루어지면 직원 간, 직원과 경영진 간, 기업과 직원가족 간 연결고리가 맺어질 수 있다. 여기에 사랑의 3대 특징을 바탕으로 한 소통문화가 더해지면 업무수행 스트레스의 꼬인 문제점들이 하나씩 실타래처럼 풀려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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