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문수 도로교통안전공단 경기지부 교육홍보팀 교수
가끔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여러 건물들과 간판 사이의 도로 위를 수많은 자동차가 각기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도시 전체가 거대한 모빌 예술품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의 조각가 콜더가 처음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기 위한 영감을 도로 위에서 얻지 않았을까하는 근거 없는 생각도 해본다. 전체가 털로 덮여 거대한 생쥐로 변신한 자동차나, 차에 오를 때에 지옥의 문을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특별하게 튜닝된 외국의 자동차를 보면 이젠 차가 빠르고 안전해야 할 교통수단 외에 자기표현 및 실현의 대상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친구가 차를 새로 장만했다고 해서 친구네 집에 한 번 들른 적이 있었다. 조촐한 선물로 준비해간 방향제를 차에 설치해주고 있는데 대쉬패드에 붙어있는 추억 속의 장식품이 눈에 띄었다. 그날 주인공인 친구의 안사람이 처음 차를 장만할 때 선물했었다는 못난이 삼총사인형이었다. 스프링으로 된 긴 목을 이리저리 흔드는 그 당시 최고의 차량 인기 상품이었다. 돌이켜보면 과거에 나도 이것저것 자잘한 소품에 열광했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한 사소한 장식품들이 운전 중에 집중력을 떨어뜨려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불러오는 요인이 되거나 직접적인 해를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향에 따라 장식해놓은 많은 장식품 중 대쉬패드에 부착된 철제 장식품은 자신을 찌르는 흉기로 변할 수 있고, 뒷좌석 위에 인형가게처럼 수북이 진열해 놓은 인형들과 유리창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장식품들은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 또 안전운행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룸 밀러에 걸어놓은 북어나 염주, 십자가 같은 부착물도 차가 움직일 때마다 같이 흔들리며 주의집중을 방해해 오히려 사고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일각에서는 내차를 내가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따질수도 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장식품들은 교통안전 측면에서 볼 때는 큰 위험요인 중 하나인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자동차 소유자의 취향 또는 사용상의 편리를 위해 자동차를 개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운전자 자신은 물론 상대방에도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지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야간에는 누구든지 약 0.5디옵터(Diopter)정도 야간 근시가 생기게 되므로 전방상황에 더욱 집중하여 운전하게 되는데, 개조된 차량의 지나치게 밝은 불빛과 맞닥뜨렸을 때에는 그 엄청난 눈부심으로 인해 일시적인 시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자동차는 운전자의 얼굴이나 의복과 같으므로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심할 정도의 과대돌출 부착물, 현란하거나 선정적인 그림 등으로 다른 운전자를 운행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튜닝은 자제해야한다.
그리고 만약 차를 꼭 개조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구조장치 변경승인 절차를 통해 안전하게 구조변경을 하길 권한다. 거리미관이나 통행차원에서 건물 간판과 광고판의 크기, 부착장소 등을 제한하고 있듯이 자동차도 운전자 자신이나 다른 운전자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여러 가지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을 잊지 말자.
자동차 튜닝과 장식을 통해 자기만족과 행복을 얻는 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자동차만큼은 있는 그대로 사용하기를 권한다. ‘나 하나 바꾼다고 도로 위의 수많은 차들이 바뀌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신 한명이 바뀌기 시작하면 분명히 바뀌게 된다. 내가 먼저 자제하면 남도 따라서 자제하는 이웃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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