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는 여러 가지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기계, 원재료, 작업방법 등 제한이 없다. 게다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내용이 변화해 간다. 따라서 대상별 조치를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법률단계에서는 대략적인 유형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상세한 규정은 법규명령에 위임하게 된다.
그러나 법규명령으로의 위임의 범위가 넓고 백지위임에 가까우면 국회의 입법권의 침해가 될 수도 있다.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국회에 의한 심의도 거치지 않고 법규명령에 의해 자유자재로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창설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문제이지 않을까.
이와 같은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법률 중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점에서 볼 때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제1호에서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규정하고 있고,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취하여야 할 조치에 대해서는, 제23조 제2항에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위험을 예방하는 목적이면, 어떤 기계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는 것을 고용노동부령이라는 형식으로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지나친 위임이 아닐까.
그러나 이와 같은 폭넓은 위임이 부여되지 않으면 안전보건대책이 산업계의 기술변화 등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따라갈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선진외국의 경우에도 공통적으로 법률에서는 기본적인 내용만 정하고 구체적인 법적 기준에 해당하는 내용은 하위명령으로 정하는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하위명령으로 광범위하게 위임하는 것은 논리적·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다만, 위의 2가지의 문제 간에 조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규명령을 개정할 때 산재보상및예방심의위원회의 심의 등 노·사, 전문가 등의 심도 있는 의견수렴을 실질적으로 거치도록 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제23조에서는 ‘사고’의 종류를 염두에 두고 기계적 위험, 전기적, 화학적 위험, 작업장소적 위험, 작업방법적 위험 등을 규정하고 있고, 제24조에서는 ‘질병’의 종류를 염두에 두고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미스트·산소결핍·병원체, 방사선·온도·초음파·소음·진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령의 하나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제23조의 안전조치는 ‘위험’의 방지, 제24조의 보건조치는 ‘건강장해’의 방지가 목적이다. 왜 위험과 건강장해로 구분하고 있는 것일까. 위험의 방지도 결국은 ‘위험’이 구체화된 경우의 건강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고, 건강장해의 방지도 ‘유해’가 구체화된 경우의 건강피해를 방지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구분 사용하는 것의 실익이 무엇일까. 아마도 ‘위험’은 ‘안전’과, ‘건강장해’는 ‘보건’과 각각 결부지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사업주가 준수하여야 하는 규정은 약 670조에 이른다. 그리고 이것은 기본적으로 안전과 보건으로 구분하여 규정되어 있고, 안전은 다시 여러 위험요인으로, 보건은 여러 유해요인으로 규정되어 있어 동일한 작업에 대한 규정이 여러 군데 분산되어 존재하고 있다.
작업 또는 규제대상별로 규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 방식에도 단점이 있어 간단하게는 결정할 수 없다. 어쨌거나 규정의 복잡성 때문에 이를 준수하여야 할 사업주는 물론이거니와 준수하도록 지도·감독하는 입장에 있는 근로감독관도 관계조문을 찾아내고 이해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