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근 정HR교육연구소 소장

우리나라는 지난 20세기 후반부터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해왔다. 지난 1월1일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개발원조위원회 24번째 정식 회원국이 되어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이 됐다. 또한 G20 정상회의 개최국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러한 눈부신 성장 속에서 우리나라의 안전 수준은 과연 얼마만큼 성장했을까? 의문을 제기해 본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산업재해 공화국’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09년 국내에서 무려 97,821명이 산업재해로 부상을 입었으며 2,181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재사망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2위인 멕시코에 비해 2배 이상 높았으며 사망자율이 가장 낮은 영국에 비하면 30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산재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5190만 일인데, 이는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60만일)와 비교하면 83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이를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에는 17조 3000억원으로, 연봉 2000만원을 받은 근로자 86만명 이상을 신규로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 후진성은 과거 속도만을 중시한 불균형성장 속에서 안전의식은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산업재해의 대부분이 불안전한 행동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불안전한 행동이 잡혀지지가 않으면서 지금까지도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이다.
불안전한 행동을 줄이고 사고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제고가 한층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깊이인식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일이 절실한데, 현재의 산업현장의 현실을 볼 때 이는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의 법령에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법이 정하는 시간에 따라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시켜야 한다. 안전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안전의식이 향상되고 그를 통해 사고는 줄어들 수 있지만, 아직까지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들어가는 안전교육의 비용과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고 있다. 근무여건이 안전해지면 더불어 생산성 및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그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도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데도 사업주의 인식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화 되고 있는 산업현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제 사업자들은 기업의 발전 차원에서라도 안전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 속담에 ‘세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다. 안 좋은 습관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고쳐 나가지 않으면 사고의 연결 고리를 쉽게 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안전교육이라는 것도 한 번의 교육으로 효과를 얻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근로자가 교육내용을 이해하고 납득하여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정기적, 지속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형식적인 안전교육은 무의미하다. 이것이 안전교육이 실패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교육받는 사람이 그 교육을 흥미 있고 진지하게 들을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도 세심하게 짜야한다. 교육받는 사람의 능력과 수준에 맞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에 근간을 둔 교육이다. 근로자 스스로 안전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마음속의 변화가 있게끔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교육’에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네가 내 동생 같고 자식 같은데 네가 다치면 내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느냐’는 사랑이 전해지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후배사원이나 부하사원을 자식처럼, 형제 가족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안전교육을 실시할 때 분명 근로자들의 마음도 움직여 질 수 있다.
이제 근로자들에게, 더 나아가 우리의 가족에게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지혜와 방법을 사랑의 마음으로 가르쳐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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