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에 중심 둔 안전정책 첫발 띄어
‘자율’에 중심 둔 안전정책 첫발 띄어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0.12.08
  • 호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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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고용노동부 정책 분석

 

 

고용노동부와 산업현장의 안전인들은 올해를 ‘재해율 정체’라는 오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점으로 봤다.

지난해 취약성을 드러냈던 중소규모 사업장과 대형 건설현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희망근로사업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취한다면 숙원인 재해율 0.6%대 진입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선업종에서 연이은 사망재해가 발생한 것은 물론 서비스업종의 재해발생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재해율이 급증세를 보였다.

급기야 4월말 현재 재해현황이 발표됐을 당시 올해 재해자수가 20년전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예방 100일 계획’ 등을 발표하며 분위기 전환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산재발생추이는 간신히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산업안전분야는 올 한해를 그 어느 해보다 숨 가쁘게 보냈다.

본지는 고용노동부가 펼쳤던 주요 산재예방대책을 되짚어봄으로써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를 정리해봤다.

◇ 사고성 재해감소 위한 ‘100일 집중계획’

4월말 현재 사고성 재해자수가 27,063명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7.4%(2,562명) 증가하자 정부와 산업안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즉각 6월 7일에서 9월 14일까지 100일간을 ‘사고성 재해감소 집중기간’으로 설정하고, 금년도 점검물량의 50%이상을 이 기간 동안 점검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제조·건설·기타의사업’을 주 행정 대상으로 선정하고 지도감독 등 전 행정력을 집중시켰다.

이같은 ‘100일 집중계획’은 나름 양호한 결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9월말 현재 산업재해현황을 보면 9월까지의 산업재해자수는 총 72,071명, 그로인한 재해율은 0.49%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71,760명, 0.51%)에 비해 재해자수는 311명(0.4%) 증가하고, 재해율은 0.02P가 감소한 수치다.

상반기 재해현황에서 전년대비로 재해자수는 6.3%(2,861명), 재해율은 0.01P가 증가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7~9월까지의 재해자수와 재해율 모두에서 실질적인 감소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 즉 고용노동부의 ‘100일 집중계획’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 ‘조선업 산업재해 예방사업 혁신방안’ 추진

연초 예상 못했던 조선업종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서둘러 ‘조선업 산업재해예방사업 혁신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했다.

혁신방안에는 △조선업 생산시스템 및 사업장 규모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 강화 △안전보건규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생산현장 중심의 제도 개선 추진 △재해예방사업의 효율성 확보를 위한 재해예방사업 협력체계 강화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있었다.

조선업 산재 예방사업의 결과는 호성적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9월말 산재현황(선박건조 및 수리업)을 보면 재해자수는 1,310명, 사망자수는 27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대비로 재해자수는 311명, 사망자수는 7명 감소한 수치다. 특히 상반기 산재현황에서 재해자수 1,095명, 사망자수 22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각각 90명, 4명이 줄어든 결과를 냈었는데, 9월말 현황에선 그 감소폭을 더욱 크게 늘린 것이다.

◇ 위험요인 자기관리 시범사업 실시

고용노동부가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은 ‘위험요인 자기관리 시범사업’이었다. 고용노동부는 현행 규제 중심의 안전보건관리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위험요인 자기관리 사업’을 제시했다.

즉 향후 안전보건관리 정책 방향을 정부의 감독 및 규제 중심에서 사업주와 근로자가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자율적으로 찾아 개선하는 ‘자기관리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위험요인 자기관리 시범사업’은 올해 4월부터 전국 5개 지역의 산업단지 입주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됐으며, 내년부터는 5개 지역 내 모든 사업장 및 기타 지역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위험요인 자기관리 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으나 고용노동부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각계의 전문가들 또한 미래 산업안전보건활동의 방향이라고 제시하고 있는 만큼 사업이 정착단계에 접어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서비스업 집중관리

최근 몇 년 사이 서비스업종이 전통적 재해다발 업종인 제조·건설업을 추월할 정도로 재해자가 급증하자 고용노동부는 올해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먼저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서비스업재해예방실을 신설하고 위생, 건물, 교육, 보건, 도소매업 등 5대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안전더하기 사업’을 추진했다. 그 내용은 전국 25만개 사업장에 위험요소 점검, 안전의식고취용 자료제공, 안전보건교육 지원 등의 재해예방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음식업중앙회 등의 직능단체에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신설토록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식품위생법, 주택법 등에 법정교육 시 안전보건교육을 일정시간 배정하도록 제도화를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서비스업 정책의 경우는 상당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업종 중 재해다발업으로 꼽히는 몇 가지 업종을 살펴보면, 먼저 ‘건물 등 종합관리사업’은 9월말 현재 재해자수는 3,014명, 사망자수는 15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로 재해자수는 254명 늘고 사망자수는 8명 감소한 수치다. 비록 수치상 재해자수가 증가하긴 했으나 지난 6월말 기준 통계에서 재해자수 2,265명, 사망자수 24명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재해자수가 337명 늘고, 사망자수가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폭도 줄이고 중대재해도 크게 줄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감소세는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과 ‘교육서비스업’에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 9월말 기준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은 재해자수 1,950명, 사망자수 37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무려 각각 744명과 9명이 줄은 수치다. ‘교육서비스업’도 1,210명의 재해자수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41명이 감소했다.

◇ 보건패러다임 ‘건강보호’ → ‘건강증진’

올해는 산업보건에 있어서도 한 획을 그은 해라고 평할 수 있다. 그간 산업현장에 있어 산업보건의 의미는 근로자들의 건강보호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호차원을 넘어서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까지 보건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각계의 의견이 대두됐고, 고용노동부 역시 이를 반영해 움직임에 나섰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사업장 금연운동 및 근로자 마음의 건강 가꾸기 운동(나쁜 것 하나 고치고 좋은 것 하나 하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이 정책의 경우 그 효과를 수치를 통해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금연 및 절주운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근로자 건강증진의 개념이 사업장에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고 볼 수 있다.

◇ 개선할 점은 무엇?

올해의 경우(1~9월) 전년 대비 재해 증가율이 가장 높은 부문은 업종별에서는 건설업(재해자수 15,520명, 전년 동기간 대비 8.3% 증가)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활성화됨에 따라 학교·상가 등 3억 미만 공사현장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서비스업은 100일 계획에 따른 검찰합동점검(점검대상의 50%를 서비스업 사업장으로 선정)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규모별에서는 5∼9인 사업장(재해자수 : 11,836명, 전년 동기간 대비 18.4% 증가)이 전체 재해증가를 주도하며 가장 높은 재해 증가율을 기록했다. 무려 전년 같은 기간(9,993명)대비로 1,843명(18.4%)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내년도 산업안전보건정책의 방향은 업종에선 건설업·서비스업, 규모에선 5~9인 등 소규모 사업장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의 경우 앞으로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만큼 현장이 더욱 증가할 것을 감안해 정부가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서비스업의 경우 전반적으로 재해자수 증가폭이 둔화추세이긴 하나 재해자수 점유율이 여전히 높기에 기존 정책들을 꾸준히 추진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중소규모사업장이 안전보건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재해의 약 81%가 중소규모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 사업장은 스스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능력이 아직까지 부족한 상태이기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 중·장기 전략 엿보기

올해 초 고용노동부는 산재예방정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3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고용노동부는 향후 산재예방활동을 위험성 평가를 토대로 한 제도 및 법체계로 개편하는 등 노사의 자율적 산재예방활동을 촉진하는데 중점을 두고 운영하기로 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현재의 정부 중심의 운영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민간재해예방기관, 학교 등 민간 부문의 활용 폭을 점차 높일 계획임을 밝혔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업종별 특성에 맞는 재해예방대책을 수립하여 중점 추진하고, 소규모 사업장 등 산재취약분야에 대한 지원도 점차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즉 향후 고용노동부의 정책방향은 ‘자율’과 ‘집중’을 통해 산재예방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같은 정책방향은 최근 중기 전략으로 발표된 ‘산재 걱정 없는 안심일터 만들기 4대 전략’에서도 잘 드러난다. ‘안심일터 만들기 4대 전략’은 크게 △재해다발 6대 업종 맞춤형 예방대책 추진 △중소기업 재해예방활동 자립기반 구축 △새로운 직업병 유발요인 대응 강화 △산업안전보건 선진문화 저변 확대 등이다.

이들 계획은 중·장기 계획이니 만큼 현황에 따라 세부계획은 다소 변경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중요 기조를 이루고 있는 ‘자율’과 ‘집중’이라는 틀은 변경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올해 위험요인 자기관리 시범사업을 필두로 한 자율에 중심을 둔 산재예방정책이 첫발을 띄었다. 과연 이 ‘자율’이 의도대로 정착해 우리나라 사업장의 안전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 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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