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균 대전산재병원 산업의학과장(보건학 박사)
Q.산업의학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산업의학이란 직업 또는 작업 환경과 관련된 질병을 연구하는 의학의 한 분야입니다.
산업의 종류가 다양하듯 산업의학 또한 산업환경 전반과 관련이 있는 직업병학, 환경의학, 산업역학, 인간공학, 산업심리학, 업무적합성 평가 및 생활습관병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지요.
때문에 산업의학 전문의는 가정의학과 예방의학, 그리고 임상의학 모두에 대한 지식을 고루 갖추고 근로자 평생건강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우리나라의 산업의학 수준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제정될 당시의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면 우리나라의 산업의학 수준은 굉장히 높았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통설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의학은 1993년 ‘기업활동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며 큰 퇴보를 겪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의무 고용하도록 규정한 산업보건의, 보건관리자 등의 채용이 기업 자율에 맡겨진 것입니다.
산업보건의는 필수적으로 기업과 산업현장 속에 있어야하는 존재입니다. 아시다시피 대다수의 직업병은 일순간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누적되다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산업보건의가 현장에 상주한다면 지속적으로 현장의 환경상태를 점검하고, 근로자들을 계속 관찰함으로써 이러한 직업병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관련법을 개정하여 산업보건의의 고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된다면 근로자 건강진단 결과를 토대로 한 작업환경 개선이 이루어짐은 물론 유소견자 사후관리 및 업무 적합성평가도 적절히 이루어져 근로자의 건강이 한층 더 보호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를 통해 기업 생산성도 향상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산업의학의 효과를 크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선 산업의학의의 경우 원활한 의사소통의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조언이나 경고로 근로자의 생활습관을 바꾸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근로자의 마음을 움직여 실천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산업의학의 스스로가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근로자들은 산업의학의의 조언을 경청하고, 이를 신뢰하고자하는 마음가짐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산업의학의의 말을 불신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특히 많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건강문제를 스스로의 문제쯤으로 치부하는데, 이것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입니다. 자신의 건강을 잃으면 가족구성원에게 걱정과 경제적 어려움을 주게 되고, 나아가 해당 회사가 직업병이 생기는 회사라는 오명을 쓰게 돼 동료 근로자들에게도 큰 폐를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끝으로 사업주들은 근로자들의 건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근로자들의 건강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기업의 문화입니다. 그리고 이런 기업의 문화를 만드는 이는 바로 사업주의 의지입니다. 사업주가 작업환경개선, 유소견자 사후관리, 건강증진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사업장의 환경과 근로자의 건강이 한층 나아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Q. 정부 또는 산업현장에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보건관리자들의 처우 및 신분 보장과 관련돼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사업장을 보면 보건관리자의 상당수가 계약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1~2년 정도를 일하고 있습니다.
보건관리자가 이렇게 불안한 고용상태에서 또 단기간 동안 일을 한다면 과연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 건강상태가 증진될 수 있을까요? 저는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건관리자 한 명이 수백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건강상태를 1~2년 내로 다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관리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까요? 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적어도 10년 이상 그 사업장에서 근무해봐야 해당 사업장의 위해요소를 파악하고, 근로자 개개인의 건강상태에 맞는 관리계획을 짤 수 있는 것입니다.
정부와 사업주들은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보건관리자들의 의무 고용 및 처우부터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근로자 건강 증진의 초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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