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진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해 경로 이탈한 경우에도 인정
출퇴근 교통사고 산재인정 수혜자 연간 9만4000여명에 달할 듯…재해율 상승 불가피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모두 보상청구 가능
내년 1월 1일부터 출.퇴근길에 사고를 당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게 된다.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사업주 지배관리 아래의 출퇴근 재해’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규정(제27조제1항제1호다목, 시행령 제29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에게 불합리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법률공백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개선입법 기한을 올해 말까지로 정했다.
이에 여야 및 정부는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 법률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는 산재보상의 범위가 크게 확대된다. 기존의 보상범위였던 ‘사업주 지배관리 하에서의 출퇴근 중 사고’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자가용·자전거·도보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는 중의 사고’까지 보상범위가 확대된다.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에서 일탈 또는 중단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출퇴근 중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일탈·중단의 사유가 식료품 구입, 병원 진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인 경우에는 출퇴근 중 재해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직종이 이 같은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개인택시 등 직종의 특성상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하지 않아 통상적 출퇴근 중 재해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더라도 혜택을 받기 어렵고, 보험료만 부담하게 될 우려가 있는 직종에 대해서는 적용을 제외시켰다.
아울러 자동차로 출퇴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재해자는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에 모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법률은 재해자가 두 개의 보험기관으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보험기관 간 구상금 조정으로 인해 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상금 협의.조정기구’를 구성.운영토록 했다.
◇연평균 6805억원 추가재정 소요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법률 개정에 따라 연간 약 9만4245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예상 재해자수 7만420명과 자동차 외 교통사고로 인한 예상 재해자수 2만3825명을 합산한 수치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산업재해자수가 9만656명으로 집계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출퇴근 재해 인정에 따라 재해자수가 2배 이상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에 따른 추가재정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3조4031억원(연 평균 680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김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이번 법 개정은 통근 방법에 따라 노동자를 차별하던 기존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라며 “제도시행이 확정된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열심히 들으면서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출퇴근 재해를 포함한 모든 산업재해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만큼 예방과 보호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