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의 양면성
눈(雪)의 양면성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1.01.12
  • 호수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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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칼럼 김광석 경기도 고양소방서 서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눈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창밖으로 눈이 덮여 하얗게 변한 세상이 보인다면 훈훈한 마음에 누구나 감탄이 저절로 나올 것이다. 보통 눈이 오면 어른도 아이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눈이 온 풍경을 담고 있는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은 바 있다. “러브 스토리”란 영화는 1970년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Love Story 신드롬”이라는 말을 만들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영화의 삽입곡 “snow frolic”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찡하게 한다. 1999년 개봉된 “철도원”이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장엄한 설경은 떠올릴 때마다 생생함을 전해준다.

이렇듯 눈은 설렘과 사랑, 낭만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눈이 우리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커다란 재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상이상 현상에 따른 폭설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미국 위스콘신 등 중서부 4개 주에서는 눈보라를 동반 폭설로 1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또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에서는 240여명이 고속도로에서 고립됐다가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유럽에서도 폭설과 한파가 덮쳐서 교통대란이 일어난 가운데,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는 60cm 가량의 눈이 쌓여, 여행객 2,000여명이 긴급 대피한 적이 있었다. 벨기에 브뤼셀 공항과 독일의 주요 공항들도 항공기 운행에 많은 차질을 빚었었다.

이러한 폭설은 우리나라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지난해 초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사상최대의 폭설로 10시간 만에 우리나라 서울을 비롯하여 지방 곳곳에 25cm~ 29cm가 쌓인 바 있다. 이 급작스런 폭설로 인해 발생한 교통대란, 눈사태, 건물붕괴, 농작물피해 등이 만만치 않게 우리를 괴롭힌 적이 있었다.

이 같은 유례없는 폭설은 북극의 온도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한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 북극의 소용돌이·극제트가 약화됐고, 이 때문에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맹추위가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기상이변이 심해지면서 이같은 폭설 재해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폭설을 우리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해답은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기록적인 폭설은 우리나라에 많은 문제점을 제시해줬다. 폭설로 모든 차들이 엉금엉금, 조심조심하면서 움직이다보니 10분 거리가 1시간, 30분 거리가 4시간이 소요됐다. 각 시군별로 염화칼슘 부족과 제설작업이 원활하지 못하여 시내버스마저 운행이 늦춰졌다. 이 때문에 빙판길 도로에서는 10중, 30중 추돌사고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인명피해도 많았다.

기상예보의 부정확, 제설작업의 늦장대처, 염화칼슘의 부족 등 행정기관의 재난관리 및 대처능력에 대한 무수한 질책이 있었지만, 이에 못지않게 시민의식 또한 심각한 문제를 나타냈다. 폭설이 예보 되었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시민으로서 상식인데 많은 시민들이 평소처럼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다가 눈길과 빙판도로를 감당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도로에 차를 방치하면서 제설작업마저 방해하기도 하였다.
또한 도시 이면도로와 주택가에 쌓인 눈은 남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미리 치웠어야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어느 누구에게서도 이 배려가 이뤄지지 않았다.

북극의 온난화 현상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상청은 우리나라에 2~3차례 강력한 한파와 폭설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습강설에도 국민의 생활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제설작업을 실시하는 가운데, 인력 동원 차원에서도 확고한 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또 국민들도 폭설시 출·퇴근 시간대에는 자가용 운행을 자제하고 ‘내 집앞의 눈은 내가 치운다’는 마음을 가지고 신속히 제설작업에 나서야 한다.

눈을 주제로 한 서산대사의 시 한편이 있다. 이는 우리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어지러이 걷지 말라, 今日我行跡 오늘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뜻을 음미하다보면 ‘작은 행동 하나라도 조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 겨울은 폭설이 내리더라도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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