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문화 정착의 원년’을 만들자는 각오로 새해를 연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사가 발생해 수많은 국민과 안전인을 허탈함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지난 13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 수로터널 공사 현장에서 거푸집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김 모(43)씨 등 4명이 숨지고, 조 모(59)씨 등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 피해 왜 컸나?
이날 오후 4시38분경 길이 25m, 가로·세로 각 7m 규모의 저수지 방수터널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이뤄지던 중 높이 7m, 길이 25m의 거푸집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저수지 수로 5m 아래에서 작업을 하던 김씨를 비롯한 근로자 4명은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더미 속에 완전히 매몰됐고, 거푸집 주변에 있던 조 모(59)씨 등 5명은 매몰 정도가 심하지 않아 스스로 탈출하거나 119구조대에 의해 긴급 구조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후 신속한 구조·구급활동에 나섰지만 매몰지점이 700t에 이르는 콘크리트 더미에 덮여있는데다 철근이 심하게 뒤엉켜 있어 구조활동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사건발생 7시간 만인 14일 오전 0시48분경 김모(48)씨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어 오전 1시20분경 또 다른 매몰자인 이모(43)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리고 오전 5시17분경에 성모(68)씨, 오전 7시6분경에 김(43)씨의 시신이 각각 수습됐다.
◇ 부실 공사가 부른 인재
16일 이 사고를 수사 중인 강릉경찰서는 시공사인 S건설 현장소장과 발주처인 한국농어촌공사 감리책임자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양쪽 7.1m 높이의 옹벽을 4m 높이까지만 시공하고, 나머지 3m에는 철골조만 세워놓는 등 불완전하게 공사를 실시한 것을 밝혀냈다.
즉 7.1m 높이의 양쪽 옹벽이 지붕 슬래브 콘크리트 타설량의 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완벽하게 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당일 길이 25m, 두께 1m, 넓이 7.1m의 지붕 슬래브를 씌우는 작업이 이뤄진 셈이다. 당시 콘크리트 타설량은 레미콘 차량 64대 분량인 870여t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공사 설계서 상에는 ‘강관 동바리(기둥)’를 사용하도록 했으나 실제 시공은 일부 목재 동바리와 조합해 사용된 것도 밝혀냈다. 부실시공이 화를 키웠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강릉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강관 동바리가 아닌 규격에 맞지 않는 목재 동바리가 사용된 것이 거푸집 붕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해당 시공사가 지난해 12월 20일 옹벽 시공(4m)을 마지막으로 공사 계약이 마무리돼 같은 달 29일 발주처로부터 구두상으로 공사중단을 통보받았음에도 이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해보면 이번 사고는 ‘무리한 공사 진행’, ‘설계를 무시한 부실시공’, ‘감독자의 관리 소홀’ 등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입건된 현장 소장과 감리책임자 등 2명의 구속영장 신청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