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식 부재와 부실한 안전관리가 불러온 人災
비상발전기 작동 않고 방화문도 제 역할 못해
1층 탕비실 천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요인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충북 제천 화재사고의 안타까움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달 26일 경남 밀양의 한 병원에서 더 큰 대형 화재 참사가 또 다시 발생했다. 대형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불과 3일전 ‘국민안전’을 주제로 새해 정부업무보고가 이뤄진 터라, 정부의 안전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7시32분경 병원 1층 탕비실 천정 전선이 단락되면서 발생했다. 불은 삽시간에 천정 마감재로 옮겨 붙으며 커졌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요양병원 연결통로, 엘리베이터 통로, 중앙계단 등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로 인해 입원환자 등 40명이 사망하고 15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구조대가 신속한 진화에 나서긴 했으나, 요양병원의 특성상 고령자 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아 대피가 늦어지면서 어려워 피해가 컸다.
◇합수본, 병원 과실 여부 집중 수사
이번 화재 사고는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참사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안전관리가 불러온 인재(人災)로 판명되고 있다.
실제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당 병원 내 설치된 비상발전기와 산소호흡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연기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방화문도 찌그러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점을 종합해 현재 합동수사본부는 병원 측의 과실치사 적용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정부, 화재안전대책 특별 임시대응팀 구성
이번 참사에 대한 후속조치로 정부는 화재취약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수준의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자관회의에서 .청와대 화재안전대책 특별 임시대응팀(T/F). 구성을 지시하고 화재취약시설에 대한 전반적 점검과 관련 입법 뒷받침 등 강도 높은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방차량의 접근로 확보, 안전훈련 의무화,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 등의 추진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다중이용 시설의 화재안전 사각지대를 막는 입법을 추진하고, 방재 기준을 건물 면적 뿐만 아니라 건물 이용자 실태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안전관리 책임이 지자체에 있거나 국회의 안전 관련 입법이 지체됐다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면서 “그동안 안전을 뒷전으로 여기거나 비용의 낭비처럼 여겨왔던 안전불감증이나 적당주의야말로 우리가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적폐라고 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다중이용 화재취약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함께 화재 안전 대책을 새롭게 세워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소방기본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소방차 주차 구역 주차 시 100만원 과태료 부과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계속됐다. 지난달 30일 1년 넘게 상임위에 계류된 소방 관련 법안들(소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소방시설공사업법 일부개정안,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를 나란히 통과한 것이다. 제천 화재 참사 이후 40일, 밀양 세종병원 참사 이후 4일 만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소방기본법 개정안에는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 건축자로 하여금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 구역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을 경우 100만원 상당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소방 관련 시설 범위를 확대하고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 통행을 방해할 수 있는 곳은 ‘주정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밖에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방염처리업자의 방염처리능력을 국가가 평가해 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