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만에 전부개정이 추진된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을 2월 9일 입법예고했다.
전부개정은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한 중대 산업재해예방대책 등 산업안전보건의 최근 정책방향을 이번 개정안에 모두 담은 것이 특징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하는 모든 사람 보호
먼저 법의 목적과 보호대상부터 바뀐다. 최근 변화된 노동력 사용실태에 맞게 보호대상을 넓히는 취지로 법의 목적을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서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으로 확대한다.
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자, 택배배송기사 등 종속성이 강한 일부 직종에 대해 안전보건교육 의무를 부여하고,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를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단말기 등으로 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에게 이륜자동차를 이용하는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했으며, 고객응대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에게 ▲폭언, 폭행 등을 금지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 안내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마련 및 교육 ▲고충처리 전담자 지정 등의 예방조치 의무를 부과했다. 특히 고객의 폭언 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 발생 또는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거나 전환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그밖에 개정안에는 근로자가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을 경우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만약 불이익을 준다면 사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 위한 도급 제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급 제한제도도 구축된다.
우선 ▲도금작업 ▲수은, 납, 카드뮴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허가대상물질(황화니켈, 염화비닐, 크롬산 아연, 비소 등 12개 물질(시행령 제30조)의 제조‧사용 작업 등 현행 도급인가 대상 작업의 도급이 금지된다.
또한 중대한 건강상의 장해 또는 중독의 위험이 있는 유해ㆍ위험 화학물질의 제조 등을 위한 설비의 개조ㆍ분해ㆍ해체ㆍ철거 작업 사내도급을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도급의 ‘인가’를 ‘승인’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리고 도급 승인 작업의 경우 해당 수급인이 작업하는 것을 전제로 안전보건점검 등을 거쳐 고용부 장관이 승인한 것이므로, 수급인이 다시 도급할 수 없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도급 금지 또는 승인 의무 위반 시 10억원 이하(법정 한도액)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한편, 사업주로 하여금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자에게 도급하도록 하는 등 도급인의 적격 수급인 선정 의무도 새롭게 규정됐다.
◇사업주 및 도급인의 산재예방 책임 확대
사업주 및 도급인 등 수익을 얻는 자의 산재예방 책임도 확대된다. 먼저, 상법 상 회사의 대표이사 등은 매년 회사 전체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다. 또한 도급인이 안전보건 조치를 하여야 하는 범위를 ‘도급인의 사업장 또는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에서 수급인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로 확대했다. 도급인의 정보 미제공 시 수급인이 해당 도급 작업개시를 연기할 수 있으며, 연기에 따른 지체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본부에게 ▲가맹점 안전보건에 관한 프로그램 마련‧시행 ▲가맹본부가 공급‧설치하는 설비‧기계‧상품 등에 대한 안전보건 정보 제공 등의 책임을 부과한 것도 특징이다.
◇작업중지 제도의 실효성 제고
작업중지에 대한 규정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먼저 근로자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해 해고 등 사업주의 불리한 처우도 금지시켰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울러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의 해제와 관련해 심의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도 이번에 마련됐다.
◇건설업 특례에 관한 ‘절’ 신설
건설업에서 발주자 등의 책임 강화 등을 위해 ‘건설공사에 관한 특례’에 관한 ‘절’을 법에 신설한다. 또 발주자를 “건설공사를 타인에게 도급하는 사업주로서 자신의 주도하에 건설공사를 하지 않는 자”로 정의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사계획ㆍ설계ㆍ시공 단계별로 발주자의 의무도 신설했다. 이에 따르면 발주자는 공사 시 유해위험과 저감대책을 위한 ‘기본안전점검대장’을 작성하여 설계자에게, 그리고 유해위험 감소대책을 담은 ‘설계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하여 도급인에게 각각 제공해야 한다. 또 안전작업 계획을 담은 ‘시공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하고 이행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위반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아울러 타워크레인에 대한 유해위험 방지조치도 강화된다. 이에 따르면 건설공사 도급인은 자신의 사업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되어 있거나 작동하는 경우, 설치‧해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 유해위험 방지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을 하려는 자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등록한 자가 아닌 자에게는 타워크레인의 설치‧해체 작업을 도급해서는 안된다는 규정도 마련됐다.
◇물질안전보건자료의 비공개정보 심사 강화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주체가 ‘화학물질 양도‧제공자’에서 ‘화학물질 제조ㆍ수입자’로 변경된다. 물질안전보건자료 대상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여 직접 취급만하고, 이를 양도‧제공하지 않는 경우에는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작성 의무에서 제외된다는 문제점을 감안한 조치다.
아울러 현재에는 대상 화학물질에 함유된 모든 구성성분 화학물질을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기재토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모든 화학물질이 아닌 ‘유해ㆍ위험한 화학물질’로 한정해 기재하도록 변경된다. 단,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기재되지 않은 구성성분(유해성ㆍ위험성 미분류 물질)에 대해서는 명칭ㆍ함유량 등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밖에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을 비공개하려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가운데, 비공개 승인을 받더라도 노출 시 유해성ㆍ위험성을 유추할 수 있도록 대체명칭 및 대체함유량을 기재하도록 했다. 대체명칭에는 물질의 주된 작용기가 나타나므로 노출 시 인체 유해성 등을 유추할 수 있어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이 취지다.
◇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처벌 강화
산재사고 및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먼저 사망사고 발생 시 처벌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도록 법정형 중 징역형에 하한형을 도입하고, 법인에 대한 벌금형을 가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징역은 ‘7년 이하’에서 ‘1년 이상 7년 이하’로, 법인에 대한 벌금은 1억원 이하에서 10억원 이하로 늘어난다.
아울러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시 처벌 수준을 수급인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또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위반자에 대하여 법원에서 유죄판결 선고 시 200시간 범위에서 수강명령을 병과하도록 하는 내용도 이번 개정안에 담겼다.
한편 정부는 입법예고(2월9일~3월21일)기간 동안 공청회, 간담회 등을 통해 전문가 및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정부 입법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출된 전부개정안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의원입법안과 병합심사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는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보다 자세한 입법예고안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www.moel.go.kr) 또는 대한민국 전자관보(www.moi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