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 전면 보완작업 들어가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 전면 보완작업 들어가나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8.03.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

노사 및 각계 “여러 번의 의견수렴 과정 더 거쳐야”
노동계, 작업중지권 실효성 의문…급박한 위험에 대한 정의와 해석 모호
경총 “전부 개정은 시기상조, 안전의식 제고 방안부터 마련돼야”
과로자살, 직장 내 괴롭힘 등 최근 산업보건 이슈 제외돼 있어


 

지난달 27일 열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연이어 나왔다. 사진은 노사 및 각계전문가들의 토론 모습.
지난달 27일 열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연이어 나왔다. 사진은 노사 및 각계전문가들의 토론 모습.
(이미지 제공 : 뉴시스)

 

“형식적인 의미에서 전부 개정이지만 내용적 측면에서도 전부 개정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달 27일 열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번 공청회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전부 개정안과 관련해서 대외적으로는 처음으로 개최한 의견 수렴 행사다. 그만큼 노사를 비롯해 각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고용부는 지난 2월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2020년까지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제도를 재정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입법예고 직후부터 노사 단체를 주축으로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개정안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보다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공청회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봤다.

'일하는 사람' 과 '근로자' 명칭 혼용, 현장 혼란 야기될 수 있다



◇‘일하는 사람’ 개념 도입은 진일보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마련하는데 참여한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청회에서 법 개정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권 교수는 “비용절감에 집중한 외주화가 산업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며 “하지만 주로 안전관리 여력이 부족한 하청에서 외주업무를 맡다보니 위험이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산업재해 예방에 있어서는 고용형태나 근로계약의 틀에 얽매여서는 안된다”라며 “원청과 하청, 사용자와 노동자 구분 없이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산안법 적용 대상이 기존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권 교수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노동법 상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미래 노동법 체계에 미칠 상징적 의미는 상당히 크다”라며 “근로자 개념에 국한돼 왔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권 교수는 “‘일하는 사람’의 개념 범위가 지나치게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본부장은 “개정안은 1조에서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2조에는 여전히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 본부장은 “근로자의 정의를 취업자 또는 종사자 개념으로 변경하는 등 ‘일하는 사람’의 정의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역시 “법상 근로자의 정의는 유지한 채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혼란이 야기될 소지가 충분하다”라며 “근로자 정의를 ‘도급이나 위임 등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개정한다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고용형태와 관련된 법 적용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업중지권,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작업중지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현행법에 비해서는 분명 명확하게 규정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모호하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산안법 전부 개정안에는 작업 중지와 관련해서 사업주, 근로자, 정부(고용노동부 장관)의 역할과 의무가 규정돼 있다. ▲사업주의 작업중지(개정안 제51조) ▲근로자의 긴급대피(개정안 제52조)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용중지 명령(개정안 제53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조기홍 한국노총 본부장은 “근로자의 긴급대피와 관련해서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급박한 위험’이라는 정의와 해석이 매우 모호한 것이 사실이며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덧붙여 “급박한 위험과 함께 안전보건조치가 미비한 경우를 작업중지 요건에 포함시키고, 노동자 대표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도 작업중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행정기관(고용노동부)에 의한 작업중지 명령이 예방적 수단이 아닌 제재 수단으로 운영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작업중지명령이 재해예방 목적으로 행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작업중지 규정을 별도로 신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단지 산업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작업중지 요건을 행정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법치주의에 위배되고, 명확성의 원칙에 저촉될 소지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 팀장은 “산업재해의 대부분이 불안전한 행동 때문에 발생하고 있지만 개정안에는 이에 대한 방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며 “현재 시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부 개정하는 것보다 불안전한 행동을 근절시키기 위한 안전의식 제고 방안을 산안법에 어떻게 담을 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도급금지 제도 강화하면 기업의 인력운영 자율과 효율성 저해될 것


◇도급 제한 금지, 노사 모두 불만
도급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참고로 개정안에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도급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도금작업 ▲수은, 납, 카드뮴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허가대상물질(황화니켈, 염화비닐, 크롬산 아연, 비소 등 12개 물질)의 제조·사용 작업 등 현행 도급인가 대상 작업의 도급이 금지된다.
또한 중대한 건강상의 장해 또는 중독의 위험이 있는 유해·위험 화학물질의 제조 등을 위한 설비의 개조·분해·해체·철거 작업 사내도급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얻은 후 할 수 있도록 도급 승인 제도가 강화된다. 이에 대해 경총은 도급금지는 기업 간 계약체결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승태 경총 팀장은 “현행 도급인가 제도와 같이 유해작업 도급 시 안전이 고려되도록 계약방식에 일정 제한을 두는 것에는 찬성한다”라며 “하지만 특정작업의 계약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은 기업 간 계약체결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기업의 인력운영 자율과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도급사업주에게 수급인과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안전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안전관리에 대한 원청과 하청의 책임·역할을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공청회가 열리는 동안 산안법 전부 개정안의 폐지 등을 주장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공청회가 열리는 동안 산안법 전부 개정안의 폐지 등을 주장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시키기 위해 유해한 작업의 일부에 대한 도급을 금지했지만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입장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재사망의 심각성에 비해 도급금지의 범위가 극단적으로 협소하다”라며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개정안 적용 시 법 적용 대상은 22개 사업장, 852명에 불과해 실질적인 도급금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아울러 “도급 금지 규정을 위반했을 때에도 10억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신설됐지만 산재예방을 위한 조치를 했다면 처벌을 면제한다는 단서가 규정돼 있어, 사실상 과징금 부과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도급 금지의 범위설정과 기준검토 등을 위해 별도의 사회적인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무 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예방조치 부족
이날 공청회에서는 직무 스트레스 등 최근 대두되고 있는 정신건강 보호방안 이 개정안에 제외돼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김인아 한양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개정안에는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한다’는 법의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이에 따라 재해와 질병의 예방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개념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은 건강진단 등 산업보건과 관련된 핵심적인 제도들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과로자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의제들이 제외돼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 같은 내용들을 산안법 틀에서 규정하는 것이 좋을지, 별도의 특별법으로 다루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노사민정 모두의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재해예방 제도와 정책에 대한 평가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법이라는 것은 의도한 취지대로 현장에서 작동돼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라며 “전부 개정안은 사업주와 도급인, 발주자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법에 따라 시행하고 있는 산업재해 예방 제도와 정책들에 대한 평가가 없는 상황에서 전부 개정이 이뤄진다면 법의 현장 작동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앞으로 여러 차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상반기 중에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근간인 ‘산업안전보건법’이 앞으로 어떻게 변모하게 될지 사회 각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공원로 70 (대한산업안전협회 회관) 대한산업안전협회 빌딩
  • 대표전화 : 070-4922-2940
  • 전자팩스 : 0507-351-7052
  • 명칭 : 안전저널
  • 제호 : 안전저널
  • 등록번호 : 서울다08217(주간)
  • 등록일 : 2009-03-10
  • 발행일 : 2009-05-06
  • 발행인 : 박종선
  • 편집인 : 박종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보현
  • 안전저널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Copyright © 2025 안전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hkim@safety.or.kr
ISSN 2636-0497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