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인근 해상에서 승객 160여 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으나 민·관의 신속한 구조와 침착한 대처로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목포해경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3시 47분께 흑산도 북동쪽 근해 30m 해상에서 목포로 향하던 쾌속여객선 핑크돌핀호(223톤 급)가 암초에 걸렸다.
여객선에는 승무원 5명과 승객 158명 등 모두 163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해경과 인근 지역 어민들에 의해 오후 5시 14분께 모두 구조됐다.
구조된 승객들은 돌핀호 선사가 운영 중인 또 다른 여객선(엔젤호)에 옮겨 탄 뒤 같은 날 오후 7시 20분께 목포항에 도착했다. 타박상 등 통증을 호소하는 승객 23명은 응급조치를 받거나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질서정연한 대응 빛나
질서있는 대응과 신속한 구조는 이번 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핑크돌핀호 승객 황모 씨는 “사고 직후 방송이 나왔고, 구명조끼 착용법을 아는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서 구명조끼를 빼 착용했다. 착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승무원과 먼저 착용한 사람들이 함께 착용을 도와줬다. 승객 전원이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각자 자기 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방송 7~8분 뒤 해경 구명정 1척이 먼저 도착했고, 승무원 안내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자기 걸음으로 해경 구명정으로 옮겨 탔다. 구조과정도 질서정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짙은 안개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
목포해경과 선박안전기술공단 목포운항관리센터는 돌핀호가 오전 중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출항 통제 중이었다가 출항 40분 전인 2시 20분께 통제가 해제되면서 항해에 올랐다고 밝혔다.
보통 해상에서 가시거리가 1㎞ 이상 될 때 여객선 운항이 허가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출항 수 시간 전 가시거리는 1㎞ 이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히면서 항해에 나섰다가 흑산도 인근으로 접어들 때 바다 기상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돌핀호 선장도 ‘안개 속에서 조그마한 어선을 발견하고 경적을 울렸다. 이를 피하려다 좌초했다’고 진술해 짙은 안개가 사고의 중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가늠케 했다. 목포해경은 선원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