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장품제조 음성공장 어원석 과장

어원석 과장은 대학 졸업 후 인천길병원에서 작업환경측정업무를 담당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한국화장품(주) 부천공장에 보건관리자로 입사하게 됐다.
처음 접해보는 보건관리자라는 직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산더미처럼 업무가 많은데다가 생전 처음으로 들어보는 용어들이 많아 업무에 적응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이 분야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일의 노예’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일이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의 업무에 도움에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접해나갔다.
그렇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산업안전보건관리 업무를 배워가던 중 어 과장의 시야를 확 트이게 한 계기가 있었다. 우연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대기업들의 안전보건우수사례들을 접하게 됐던 것. 여기서 그는 그동안 생각했었던 것 모두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었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선진 안전보건 프로그램을 정립시키려면 앞으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회사 실정에 맞는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요통재해 예방 위해 ‘탈춤’ 최초로 도입
한국화장품제조 현장에는 업종 특성상 다양한 유해요인들이 존재한다. 특히 근골격계질환 중 요통재해는 회사의 고질병처럼 매년 꾸준히 발생했다. 1990년대에는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산업재해 중 80% 이상이 요통재해였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요통재해를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그 대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통재해 예방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자신이 제49호 송파산대(松坡山臺)놀이 전수자임을 감안하여, 이 춤사위를 산업안전보건 활동에 포함시킨 것이다.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다. 아침에 스트레칭을 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울 시기에 탈춤을 한다하니 사람들 대부분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또 탈춤과 스트레칭을 결합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자 어 과장의 열의는 점점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소해했던 직원들도 점차 호기심을 가지며 하나 둘씩 탈춤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10년여가 지난 지금은 아침 조회 시간과 작업시작 전에 근로자들이 스스로 전통음악을 틀어놓고 스트레칭을 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탈춤이 점차 자리잡기 시작하자 어 과장은 틀에 박힌 기존의 안전보건교육에도 마당극 방식의 새로운 시나리오를 도입했다. 또 직원들의 마음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탈춤과 함께 기공체조도 틈틈이 시행했다.
이러한 다소 파격적인 방안들은 예상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보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수십 건이 발생했던 요통재해는 완전히 자취를 감춰 2000년대 들어서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화장품업계 최초로 위험성평가기법을 도입하여 위험요인을 과학적으로 관리해나가면서 요통질병 외에 타 재해도 10년여 동안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 교육의 새로운 장 제시
재해감소 효과에 대해 입소문이 나면서 탈춤에 대한 사례는 신문, 방송, 월간지 등 다양한 곳에서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기업뿐만 아니라 외국회사, 대학교, 각종협회 등에서 벤치마킹을 하겠다고 나섰다.
어 과장도 탈춤을 산업현장에 확산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체력증진 및 운동요법교육과정에서 탈춤체조를 강의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각종협회, 기업체, 병원, 대학교 등에서 탈춤의 우수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요통예방과 탈춤’이라는 주제로 안전보건교육 경진대회에서 발표를 하여 대상을 수상한 적도 있었다.
오는 5월에는 미국산업위생학회에 논문발표까지 할 예정이라 하니, 어 과장의 최근 활동성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생의 목표는 전국 근로자들의 건강
어원석 과장은 탈춤을 근로자 건강프로그램에 맞게끔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립시켜 이를 전국 산업현장에 널리 전파해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 근로자들의 직업병 예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현재 충북대에서 안전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려면 이론과 실무를 겸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표는 우리나라 모든 직장인들에게 직업병 및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효과적인 재해 예방법과 근로자 건강관리 방법을 연구, 교육하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