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기타의 사업, 사고사망자 증가
업무상질병 사망자 전년보다 185명 늘어
산재은폐 근절 위한 제도 개선…‘사업장 자율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산재감축 지표‘사고사망자’로 단일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민·정 모두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도 기준으로 산업재해 발생현황(요양승인 기준)을 집계한 결과, 산업재해율은 0.4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0.49%)보다 0.01%P 감소한 수치며, 산업재해 통계를 산출한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 2003년 0.90%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던 재해율이 소폭이지만 올해도 줄어든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또한 사고사망만인율이 0.01.P 감소한 0.52.로 집계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전체 사망만인율이 0.96.에서 1.05.로 상승한 것은 물론 넘어짐, 떨어짐, 끼임 등 이른바 재래형 재해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산업재해 발생현황을 업종, 규모, 재해유형 등으로 나눠 상세히 살펴봤다.
◇‘추정의 원칙’ 도입으로 업무상질병 승인율 증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자수는 총 8만9848명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볼 때 재해자수는 808명, 재해율은 0.01%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자 가운데 89.8%(8만665명)는 사고재해자로, 질병재해자는 10.2%(9183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사고재해율은 0.43%로 전년 대비 0.02%P가 줄고, 질병재해율은 0.05%로 0.01%P 증가했다.
전체 사망자수는 1957명으로 전년 대비 180명(10.1%)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사고사망자수는 964명으로 5명 줄어들었지만 질병사망자수가 2016년 대비 185명(22.9%) 늘어난 993명으로 집계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사고사망만인율은 0.52.로 0.01P. 감소했으며, 질병사망만인율은 0.54.로 0.10P. 증가했다.
이처럼 업무상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고용부는 산재신청건수가 증가했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산재로 인정하는 ‘추정의 원칙’이 도입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용부에 따르면 산재를 신청한 재해자수는 2016년 1만3436명에서 2017년 1만4874명으로 10.7% 늘어났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업무상질병 승인율이 50.2%에 불과했지만 ‘추정의 원칙’이 도입된 9월부터 12월까지는 승인율이 58.3%로 8.1%P 상승했다고”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지표만 봤을 때에는 재해율과 사고재해자수, 사고사망자수가 소폭이지만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추정의 원칙’ 도입으로 질병재해가 증가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올해부터 출퇴근 사고가 산업재해로 인정되기 때문에 2018년도 재해율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가 올해부터 산재감축 지표를 ‘사고사망자’로 단일화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전관리 사각지대 ‘50인 미만 사업장’
전체 산업재해 가운데 80% 이상이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전체 사망자의 1/3이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업종별로 재해자는 기타의 사업(34.1%), 제조업(28.5%), 건설업(28.2%) 등의 순으로 빈발했다. 세부적으로 제조업의 경우 ‘비금속광물제품·금속제품 등 제조업(5079명)’, ‘기계기구제조업(3873명)’, ‘화학제품제조업(2218명)’ 순으로 재해가 많이 발생했다.
기타의 사업에서는 ‘음식 및 숙박업 등 기타의 각종사업(1만2088명)’,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수리업(5680명)’, ‘건물 등의 종합관리사업(3617명)’ 등의 순으로 재해가 빈발했다.
규모별로는 5~49인 사업장과 5인 미만 사업장에 각각 4만2929명, 2만9597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전체 재해자수(8만9848명)의 80.7%(7만2526명)가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나온 것이다. 이외 규모별로는 50~99인 사업장 6066명, 100~299인 사업장 5408명, 300~999인 사업장 3145명, 1000인 이상 사업장 2703명 등으로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재해자수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5~49인, 50~99인 사업장은 전년 대비로 재해자수가 각각 .3.9%, -2.9% 감소했으나, 5인 미만(0.2%), 100~299인(4.8%), 300~999인(18.6%), 1000인 이상(12.5%) 사업장은 증가했다.
한편 재해현황을 살펴보면, 건설업 사망재해를 근절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사망자(1957명)의 약 1/3에 해당하는 579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건설업 사망재해자수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부터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등 건설안전 주무부처와 노동계, 경영계 등 이해관계 당사자, 민간단체, 학계 등에서 건설업 재해예방을 위한 노력을 적극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면밀한 성과 측정 후에 이를 기반으로 노·사·민·정·학 모두가 현장 작동성이 높은 대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60세 이상 근로자 재해예방 대책 마련 절실
재해현황을 살펴보면, 60세 이상 근로자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전체 재해자 가운데 27.1%(2만4314명)가 60세 이상 근로자로 집계된 것이다. 통상적으로 고령 근로자는 신체 및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재해자의 연령을 봐도 연령이 낮아질수록 재해자수도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연령별 재해자수 비율은 60세 이상 27.1%, 55~59세 17.3%, 50~54세 14.1%, 45~49세 11.3%, 40~44세 7.8%, 35~39세 7%, 30~34세 5.6%, 25~29세 5.7%, 18~24세 4%, 18세 미만 0.1% 등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수도 연령이 높을수록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넘어짐, 떨어짐, 끼임 등 재래형 재해는 지난해에도 여전했다. 재해 유형별로 전체 재해자(8만9848명)의 18.3%(1만6420명)는 넘어짐 재해로 피해를 입었다. 다음으로는 떨어짐(15.9%, 1만4308명), 끼임(14%, 1만2614명) 등의 순이었다.
즉, 넘어짐과 떨어짐, 끼임 재해가 전체의 절반 가량인 48.2%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사고사망자(964명)의 38%(366명)는 떨어짐, 10.6%(102명)는 끼임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 재해유형을 산업재해의 주범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이다.
넘어짐, 떨어짐, 끼임 재해는 기본적인 안전조치만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주,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수준 제고를 목표로 다각적인 활동이 전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 재해자의 1/3 ‘요통’
질병재해자(9138명) 가운데 가장 많은 3657명(39.8%)은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아울러 일반적인 재해현황과 비슷하게 5~49인 소규모 사업장과 60세 이상 근로자에서 각각 가장 많은 36%(3310명), 38.8%(3564명)가 발생했다.
질병의 종류별로는 요통이 28.7%(2638명)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신체부담작업(26.5%, 2436명), 진폐(16.9%, 1553명), 난청(11.4%, 1051명) 등의 순이었다.
질병사망자는 전체 993명 중 44.2%(439명)가 진폐로 사망했으며, 뇌심질환 35.6%(354명), 직업성 암 9.7%(96명) 순이었다.
◇사망사고 중심으로 산업재해 현황 관리
정부는 올해부터 산업재해 은폐를 방지하기 위해 ▲산재감축 지표 ‘사고사망자’로 단일화 ▲무재해기록 인증제 폐지 ▲감독대상 선정 시 재해율 지표 배제 등을 추진키로 했다. 즉, 일선 사업장에서 경미한 재해 발생 사실을 숨길 필요성이 없도록 사망사고를 중심으로 산업재해 현황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산재현황 관리의 포인트가 변화한다고 산재은폐 적발을 위한 노력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고용부는 건강보험공단과 합동으로 산재은폐 의심 사업장과 지정병원을 조사하는 등 산재은폐 적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에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시 산재은폐와 관련된 감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재발방지계획 수립 등 컨설팅 지원사업을 올해 1만6000개소에서 2022년에는 6만개소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시범 추진 중인 ‘사업장 안전의식 수준 향상 지원’사업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일단 2022년까지 100인 이상 제조·서비스업 사업장 중 재해가 3건 이상 발생하고, 평균 재해율이 업종·규모별 상위 10% 이내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고용부는 ‘사업장 자율 안전보건공시제’를 도입해 사업장이 재해발생 현황 및 재해예방 활동 내역을 자율적으로 공개할 경우 안전보건교육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