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 정규직 전환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 구축

2년 전, 구의역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발생 이후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 전사회적인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으며,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안전시설 및 시스템 보강을 실시했다. 또 승강장안전문 외주 정비원을 포함한 서울교통공사의 무기 계약직 전원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구의역사고 2주기를 맞아 그동안 추진해온 재발방지 안전대책과 구조개혁 현황을 발표했다.
시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 불완전하고 차별적인 노동환경을 바로잡고 장애·노후 인프라를 개선했다. ‘속도’보다 ‘안전’으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시스템과 매뉴얼도 보강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김모(19세)군이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사고다. 당시 이 사고는 단순히 개인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열악한 작업 환경과 관리 소홀이 근본적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지적됐다.
사고 이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안전보강대책을 마련·실시했다. 핵심 내용은 크게 ▲승강장안전문 안전 강화 ▲전동차 및 노후시설물 개선 ▲안전업무직 외주→직영→정규직 전환 등으로 안전한 작업환경 보장 3가지다.
◇핵심부품 교체 및 노후역사 전면 재시공
서울시는 먼저 승강장 안전문 작동 시 장애요소가 발견됐던 10개 역사, 부품 1만1200개소의 구조물을 모두 개선했다. 1호선 10개 역사(서울교통공사 관리 역사)는 승강장안전문이 열려있을 때 열차가 출발할 수 없도록 제어방식을 개선했다. 또한 기관사가 승강장 안전문 고장상태를 쉽게 알 수 있도록 76개 역의 ‘승무원 안내장치(HMI)’를 LED로 교체해 시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어 시는 안전한 대피로 확보를 위해 ‘고정문’을 ‘개폐 가능한 비상문’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 4월까지는 전수조사와 전문가 의견을 거쳐 전면 재시공이 결정된 노후 역사 9곳의 재시공을 100% 완료할 방침이다. 또 기존 적외선 방식의 장애물 검지센서를 장애율이 낮고 유지보수가 쉬운 레이저스캐너 방식으로 교체(현재 105개 역사 진행 중)한다.
아울러 2020년까지는 내진율 100%를 확보하고, 2023년에는 1~8호선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스마트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한다.
◇조직 개편 및 안전관리 시스템 개선
그 동안에는 ‘작업건수가 곧 실적’이었던 외주업체 특성상 시간에 쫓겨 ‘2인1조 작업’이 어려웠다. 또한 관제센터와 직접 연락이 불가능한 현장상황 등으로 정보 소통에 시차가 발생해 정비원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지보수 작업이 진행되는 등 위험상황에 노출돼 있었다.
이에 시는 구의역사고 직후 가장 먼저 승강장안전문 안전 담당 외주 정비원 전원을 직영으로 전환하고, 인력도 146명에서 206명으로 확충해 이른바 ‘안전의 외주화’를 바로잡았다. 올해 3월에는 승강장 유지관리 업무를 비롯한 안전업무 5개 분야 무기계약직 전원(1285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를 통해 이원화 됐던 연락체계(정비원↔전자운영실↔관제센터)가 일원화(정비원↔관제센터)되면서, 정비원의 안전과 충분한 정비시간이 확보된 가운데 작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작업 승인을 받지 않고 정비작업에 나서거나 2인1조 등 안전 매뉴얼을 어기는 일도 불가능해졌다.
작년 4월부터 열차 운행을 통제하는‘승강장 안전문 관제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담인력 9명은 관제시스템을 통해 모든 역사의 승강장안전문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정비작업이 진행 중일 때는 작업 내내 현장상황을 확인하면서 열차운행을 통제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올해(1월~4월) 들어 발생한 서울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고장 건수는 961건으로 17년 대비 35%(1487건), 16년 대비 49%(1876건) 감소했다. 작년 한 해 발생한 철도사고(5건)도 전년(12건) 대비 절반 이상 급감했다.
구종원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구의역사고 이후 안전 최우선이라는 방침 아래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 온 성과가 일정 부분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단 1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주요 사고·장애 3대 요인(노후 핵심부품, 노후차량 및 전력·신호, 종사자 취급부주의)을 지속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신기술 활용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