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명(사망 4명, 부상 6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시스템작업대(SWC) 추락사고는 미흡한 안전관리, 부실한 감리, 감독 공무원과의 유착 등이 결합된 총체적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엘시티 추락사고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장 A(58)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으며, P건설 총괄소장 B(54)씨 등 1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근로감독관 등 고용노동부 소속 공무원 5명은 향응수수 횟수와 금액이 소액인 점을 감안해 기관통보 했다.
◇추락 원인, 작업대 앵커의 클라이밍 콘과 타이로드 체결 길이 기준 미달
경찰에 따르면 이번 추락사고는 작업대 앵커의 클라이밍 콘과 타이로드의 체결 길이가 기준(55㎜ 이상)보다 현저하게 짧은 10.4~12.4㎜로 결합돼 발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특히 현장 작업자는 설계도면에서 정한 설치방법도 인지하지 못하고 작업에 임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시공 시 타이로드의 노란색 도색 부분까지 결합해야 함에도, 거꾸로 체결하거나 앵커 플레이트를 클라이밍 콘에 밀착해 반대로 조립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협력업체의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원청의 허술한 관리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작업대 인상작업 시 낙하물에 대한 하부통제와 출입금지 등 안전조치는 물론, 관리감독자도 배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시공사가 협력업체의 건설기술자 배치 여부, 건설업 면허 유무, 구조계산서 검토, 작업자에 대한 교육실시 여부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위험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부정부패가 부실감독으로 이어져
이번 사고에는 감독기관인 부산동부지청 책임자 및 근로감독관들의 부정부패도 한 몫 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을 관리감독 해야 할 노동청 책임자와 근로감독관들이 지속적으로 향응을 제공받고 부실감독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추락사건 발생 이후에도 노동청 공무원이 향응 접대를 받는 등 그 행태가 심각한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사고는 지난 3월 2일 오후 1시 50분께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56층에서 시스템작업대(SWC)가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경찰은 수사 전담팀을 편성해 4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엘시티 공사현장 P건설 사무실과 협력업체 등을 총 3차례에 걸쳐 10곳을 압수수색해 공사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또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공사 관계자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작업을 실시하고, 관련자 78명을 조사했다.
이와 함께 근로감독관 등 노동청 공무원들이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을 포착, 고용노동부 부산동부지청과 P건설 현장사무소, 유흥주점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관련자 38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