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면 안전율 1.1 초과토록 보강 필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중 대다수가 화재 시 유독가스를 유발하는 건축 마감재인 EPS 패널을 사용하거나, 무단 증축을 한 후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내진 안전성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고속도로 비탈면과 안전율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장마철이 되면 붕괴 위험이 있는 비탈면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4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한 ‘고속도로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실태 점검’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EPS 패널 사용·소방시설 미설치 휴게소 대거 적발
감사원은 올해 4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95개 중 193곳을 대상으로 화재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그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96곳(49.7%)에서 휴게시설 내 증축된 건축물의 외벽 또는 칸막이 마감재로 스티로폼 등을 활용한 EPS를 사용하고 있었다. EPS는 불에 쉽게 타는 소재로 1999년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건축 자재다.
또 6곳은 무허가로 건물을 증축하면서 소화기, 화재 감지기 등 법정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도로공사는 해당 6개 건축물이 무허가로 증축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휴게소 건물 내부 구획을 바꾸거나 건물을 연결해 연면적이 늘어난 경우에 화재 안전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함에도, 이를 따르지 않고 기존 소방시설을 유지한 휴게소도 66곳이나 됐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도로공사에 “고속도로 휴게소는 하루 평균 100만 명이나 되는 인원이 이용하는 다중이용 시설물이므로 건축물 내부 마감재료로 난연성, 불연성 재료를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거나 건물 내 구획변경으로 신규 소방시설 설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 대해 감독을 철저히 하라”고도 주문했다.
◇비탈면 90%는 내진설계 안 돼
아울러 감사원은 고속도로 비탈면의 안전성을 점검한 결과, 전체 1만198개 가운데 9225개(90.5%)는 내진설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설공사 비탈면 설계기준에 따르면 지진 발생 시 비탈면이 붕괴되지 않도록 내진 안전성 검토를 실시해, 안전율이 1.1을 초과하게 설계하거나 보강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기준이 마련된 2006년 이전 설계된 고속도로는 내진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감사기간 중 고속도로 건설 당시 내진설계를 하지 않은 비탈면 중 높이 30m 이상인 비탈면 2071개 중 2개를 임의로 선정해 내진 안전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이 중 1개 비탈면의 안전율이 0.948로 내진 기준 안전율에 미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별도로 감사원이 장마철 안전성이 의심되는 비탈면 4개에 대해 도로교통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3개는 그대로 방치할 경우 붕괴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안전율에 미달해 붕괴될 위험이 있는 비탈면을 보강하고, 2005년 이전에 설계한 고속도로 비탈면 중 높이 30m 이상인 취약 시설의 내진 안전성 검토를 우선적으로 실시하라”고 도로공사에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