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업장에 '양형 원칙' 적용돼야
산재사업장에 '양형 원칙' 적용돼야
  • 승인 2011.02.16
  • 호수 8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년 산업재해는 10년여 동안 지속되어 왔던 0.7%대의 재해율을 깨고 0.69%를 기록했다. 기나긴 정체의 터널을 드디어 벗어났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 안심하기는 이르다. 0.69%는 근로자 1,000명 중에 한 명만 더 재해가 발생했다면 0.7%대를 기록할 정도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정적으로 산업재해 하향곡선을 그려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관리의 패러다임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정부의 지도감독 패러다임의 변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당국의 솜방망이식 처벌이 산업재해를 키워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시정조치나 과태료 처분위주의 법 집행이 사업주들의 안전의식을 무르게 했고, 이는 결국 안전시설 확보에 미온적인 경영형태로 이어졌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케 한 사업주에게 최고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이는 상당히 강경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허나 현실적으로 최고의 처벌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면서 매서운 법령으로서의 맹위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즉, 본 조항의 취지는 안전보건의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으나 현재 우리 사회는 그 취지를 무색케 할 정도로 강력한 법 적용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안전선진국이 정부의 강력한 사법처리를 통해 산업재해를 줄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05년 미국 텍사스주 BP텍사스정유공장에서 대형폭발사고로 근로자 15명이 사망하고 170명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미 노동부(DOL)는 BP사업주에게 벌금 50만6천달러를 부과하고, 전문 안전컨설팅기관을 통한 안전보건개선 진행사항을 매 분기마다 노동부에 보고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BP텍사스정유공장의 근로자들의 근원적 안전확보를 위해 벌금의 10배에 해당하는 500만달러를 안전보건시설개선투자비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사례는 미국만을 들었지만 대다수 선진국이 산업재해를 유발시킨 사업주와 기업에 과중한 처벌 기준을 적용시키는 것이 통상적이다.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과중한 사법처리는 통계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2008년도 영국에선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사례 총 1,028건 중 80% 이상이 유재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1건 평균 범칙금액도 12,896파운드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도 2008년 38,591건의 위반 사업장 중 121개 이상의 사업장이 10만 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 받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법 적용의 강도가 우리나라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본은 2007년 168,733개소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해 이중 707개소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를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동년 3,803개의 점검대상 중 불과 2개소만을 사법처리했다. 이는 일본 사법처리율에 비해 8배나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안전수준은 경영주의 안전의식 정도에 따라 수준이 결정되는 풍토를 가지고 있다. 즉 최고경영주의 생각에 따라 근로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위험한 공정에서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재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처벌을 받으면 되지’라는 부도덕적인 생각을 양산하게 될 우려가 크다.

 이제는 우리사회도 이러한 부도덕한 기업을 철저히 가려내어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관리감독체계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얼마 전 법무부는 형법 제46조(양형의 원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 주요 골자는 동일한 범죄라도 개인의 재산 상태에 따라 벌금을 차등해 부여한다는 것이다. 우리 산업안전에도 ‘양형 원칙’이 적용되어 산업재해를 유발시킨 기업에게 강력한 법 기준을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공원로 70 (대한산업안전협회 회관) 대한산업안전협회 빌딩
  • 대표전화 : 070-4922-2940
  • 전자팩스 : 0507-351-7052
  • 명칭 : 안전저널
  • 제호 : 안전저널
  • 등록번호 : 서울다08217(주간)
  • 등록일 : 2009-03-10
  • 발행일 : 2009-05-06
  • 발행인 : 박종선
  • 편집인 : 박종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보현
  • 안전저널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Copyright © 2025 안전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hkim@safety.or.kr
ISSN 2636-0497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