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대응 실패... 구제역의 비싼 교훈
초기대응 실패... 구제역의 비싼 교훈
  • 차상은 박사
  • 승인 2011.02.16
  • 호수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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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은 한국작업환경관리협회 연구본부장

  2011년 1월말 현재 8개 광역시도, 63개 시군에서 146건의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다. 방역당국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소 14만여 마리, 돼지 247만여 마리 등 가축 총 262만여 마리가 살처분(殺處分) 되었다고 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중간 분석 결과에서 공기 중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증거는 없었으며, 대부분 분뇨 이송차량, 사료 운반 차량, 동물 약품 운반 차량 등으로 전파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한 발생 초기 경북 안동에서 지자체 방역기관의 초기대응이 미흡하면서 전국적인 확산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설명을 볼 때 이번 구제역 사태는 분명 인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구제역 파동은 우리 산업현장에도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단순히 사고 예방, 직업성질환 예방이라는 구호와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명을 앗아가는 산재사고가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사고 후 처리과정에서 늘 사건의 종말은 인재로 결론지어지지만 중간개선 및 후속대책은 사실상 없거나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구제역 교훈을 통해서 듀폰(DuPont)사의 안전관리원칙(safety principles)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모든 상해와 직업성 질환은 예방할 수 있다’, ‘안전은 업무조직 관리자들이 책임을 지고 관리하여야 한다’, ‘업무 조직은 모든 종업원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시킬 책임이 있다’,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고용조건이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듀폰사가 제시하는 기업체 안전보건의 핵심은 바로 예방이다. 사고는 ‘예방’ 가능하고, 관리자의 ‘책임’이며, 안전보건은 ‘고용조건’이라는 노사상생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과연 사고가 관리소홀과 근로자의 부적절한 행동, 즉 인재로 인해 발생됐다고 결론 내어져야만 할 것인가. 최근 모바일 빅뱅시대에 세계 최고의 인터넷 구축망을 자랑하는 한국의 기업에서 아직까지 안전사고와 직업성 질환의 발생 원인을 그렇게 구태의연한 방향으로만 몰고 가야만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일례로 근골격계질환을 살펴보자. 근골격계질환은 근로자의 연령, 체력, 생활습관 등의 개인적인 신체조건은 물론 일일 생산량, 동료조직원간의 인간관계와 갈등요소, 시간압박 요인 등 거미줄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또 이런 불안전한 요소들은 작업관련성 스트레스(work-related job stress) 부하로 중첩되어 과다음주, 흡연,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의 부적절한 행동을 만들어 작업관련 뇌심혈관질환의 발병위험성도 가중시킨다.

 하지만 현실은 근골격계의 발생요인을 근골격계부담 작업만으로 한정하고 그의 개선을 이끌어내는데 그치고 있다. 이는 아주 편협적인 사고의 범주로 매우 위험하다.

 전파경로 차단의 초기대응 실패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이번 구제역 파동의 교훈을 안전과 보건의 틈새에서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것이 필요하다. 과연 우리 회사는 생산현장에서 안전사고나 직업성 질환의 발생관련 위기대응 시나리오가 준비되고 실행되고 있는가, 관리자의 책임의식과 초기대응 전략은 관리운영 시스템과 구체적으로 연계되어 있는가, 초기대응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근로자에게 교육과 훈련을 충분히 실시했는가, 불안전한 상태가 최소화되는 설비안전 시스템은 준비되고 잘 관리되어 있는가,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고예방을 위한 의식과 행동을 실천하고 있는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기가 맡은 일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가정적인 측면에서 근로자의 정신상태는 건강한가 등을 총체적이고 심도있게 종합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관리자의 안전보건 인식과 실행 의지, 환경안전보건조직 관리체계 및 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꼭 점검해보길 기대한다.

 이번 구제역 사태는 사고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개선을 행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러한 교훈을 산업현장 관계자들은 절대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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