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
  • 김종배 연구과장
  • 승인 2011.02.23
  • 호수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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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재활원 김종배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

 

모 대기업에 다니던 K씨는 3년 전 교통사고로 경수 5번(5번째 목뼈 속의 중추신경) 손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그는 손가락들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됐으며, 가슴이하로는 전신마비가 됐다.

K씨는 그동안 잠시 직장을 쉬고 재활치료만을 받아왔는데 이제 다음 달이면 회사에 복귀할 것인지 아니면 퇴사할 것인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다시 복귀하면 받아주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는 다치기 전처럼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래서 최근 국립재활원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에 들어와서 ‘직장생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그가 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출퇴근을 하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2달째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는 직장생활에 대한 자신이 서질 않는다. 성격도 밝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그이지만 다시 일을 한다는 게 두렵기만 하다.

K씨의 사회복귀는 정말 가능할 것인가?

흔히 ‘장애인’하면 ‘재활’이란 용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막연히 장애인은 재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고나 질병으로 신체기능의 제한을 갖게 되어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열심히 운동하고 치료를 받아서 신체기능을 최대한 회복하는 것에 재활의 의미를 두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의사들은 제한된 기능이나마 환자가 갖고 있는 잔존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두는 듯하다.

어디에 비중을 주던 재활은 결국 그 사람이 있던 자리 즉 학생, 직장인, 가정주부 등 본연의 자리로 복귀하고자 하는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복귀(rehabilitation)’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중도장애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영유아기에 신체기능에 제한을 갖게 된 소위 선천성 장애인도 많이 있다. 이들에게는 사회적 위치가 애초부터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돌아간다는 말, 즉 ‘사회복귀’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이들은 영유아기 때부터 신체적 제한을 가지고 사회에 적응해가고 성취해가면서 어떠한 사회적 위치를 형성해가는 것이기에 이 과정을 ‘사회복귀’란 개념의 재활이란 용어를 적용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를 영어에서는 rehabilitation에서 re를 뺀 habilitation으로 표현고 있다. 또 2006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장애인권리조약에 26조 재활부분을 아예 26조 habilitation and rehabilitation로 표기되어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권리조약의 한글 번역본에는 가활(可活)과 재활(再活)로 표현하고 있다.

재활이던 가활이던 장애인이 제대로 된 삶을 살려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리고, 이웃과 함께하는 소위 사회생활을 해야한다. 그래서 선천성 장애의 경우 사회 적응 혹은 정착 과정이 필요하며 중도장애인의 경우는 사회 복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장애인의 의지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즉 학교가, 직장이, 가정이, 지역사회가 이들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물리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사람이 살기 좋은 아름다운 사회를 꿈꾼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에도 힘써야하지만 가활 및 재활이 원활이 이루지는 사회적 환경의 조성도 필요하다. 장애를 떠나 모든 사회 구성원이 어울릴 수 있는 사회통합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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