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식 충청북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부장
지난 연말 주요 언론사들은 한해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2010년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했었다. 여기에는 아이티 지진, 중국 지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각각의 사건·사고 모두가 세계인의 마음에 깊은 족적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필자에게는 2010년 8월 5일 발생됐던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가 기억에 남는다.
매몰됐던 33명의 광부 모두 생환한 이 놀라운 소식은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었다. 지금도 그 당시 전 세계 언론에서 표현한 내용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지구가 그들을 삼켰다 토해냈다, 그리고 70억이 환호했다”, “규율반장과 정신적 지주, 그들 덕에 버텼다”, “43년 전 ‘구봉금광의 기적’ 김창선씨도 박수” 등이 그것.
이들 표현만 보더라도 가히 10대 뉴스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사고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이 사고를 해피엔딩으로 마감하게 한 영웅들의 뒷이야기를 꼭 들어봐야 한다.
흔히 인간은 큰 환란이나 극한 어려움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행동을 한다.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던 대형 화재사고나 붕괴사고의 현장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수긍이 갈 것이다. 이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는 ‘논리’라는 것을 떠올릴 새도 없이 대혼란에 빠져든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이 꼭 대혼란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책 속의 영웅이야기처럼 혼란을 정리하고 수습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과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가 기적의 일기를 쓸 수 있었던 것도 이곳에 위대한 두 명의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영웅은 바로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씨와 가장 연장자인 마리오 고메스(63)씨였다.
이들은 사고가 일어나자 아수라장으로 변해가는 현장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바로잡았다. 좁은 공간을 작업공간과 취침공간, 위생공간으로 나누고, 각각의 공간에 광부들을 배치시켜 공간의 의미가 지켜지도록 했다.
또 한정된 식량을 두고 동료들끼리 다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음식을 공유하고 48시간에 한 번씩 먹도록 규율을 정했다. 이 과정에서 규율을 어기려는 광부는 엄하게 대해 기강을 세웠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하기위해 노력한 것이다.
지름 30㎝의 구조터널을 만드는 1차 굴착작업을 시작으로 3차 확장 굴착공사가 완료되기까지 총 40일이 걸렸고, 매몰사고발생 69일이 되던 날 드디어 1인용 구조캡슐이 622m 지하로 내려갔다.
이 기적의 스토리는 구조 순서를 정할 때 또 한 번 클라이막스에 도달했다.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씨가 마지막 구조대상자로 자청한 것이다. 언제 어느 때 또 다시 붕괴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감히 따라하기 어려운 결정을 보여준 것이다.
이 용기에 힘입어 구조 작업은 원활히 진행됐고, 마지막 구조대상자인 루이스 우르수아씨가 지상에 모습을 비췄을 때 전 세계인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는 비극으로 시작했으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필자가 이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사고의 사후조치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사고의 발생은 그 순간 관리자를 혼동에 빠지게 하고, 판단 능력을 상실케 한다. 하지만 관리자가 계속 혼돈 속에 빠져있다면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 마련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리더가 중심을 잡고 조직원을 이끌면 예상치 못한 좋은 성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는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사고 발생 시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해 이기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은 구성원 모두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뜻을 존중해야 자신은 물론 동료들의 목숨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대처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각 사업장은 수시로 위급 상황에 가정한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길러진 위기대응능력은 사업장의 안전관리상태를 한층 더 탄탄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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