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수그러드는 듯 싶던 안전불감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들어 해양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고속철 KTX 또한 잇단 결함으로 빈번하게 운행에 차질을 빗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엔 영유아가 먹는 분유에서 식중독 균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조사 결과, 이들 사건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 안전불감증으로 판명이 났다.
일반 식품에서부터 국가 기간 산업시설에 이르기까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니 국민들의 불안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대구지하철참사,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등을 겪으며 큰 인명·재산피해를 떠안아야 했었다. 후회와 반성 속에 우리 사회는 안전불감증을 추방하자는데 뜻을 모으고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고, 동일한 원인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는 안전불감증이 쉽게 뽑을 수 없을 정도로 뿌리를 깊게 내렸음을 의미한다. 즉 일상적인 생활 의식의 수준 자체가 저하됐다는 것이다.
생활안전의 대표적인 분야인 교통안전분야만 봐도 이를 여실히 실감할 수 있다. 최근 교통안전공단은 2010년도 교통사고 통계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용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처음으로 900명을 넘어 섰다. 수치 자체도 안타깝지만 밝혀진 증가원인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무려 전체 교통사고의 38%가 사업용차에 의한 것이고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이 사업용차 사고를 증가시켰다. 다시 말해 운전의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교통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아 대형인명피해를 초래한 사고를 그간 수없이 봐왔다. 지난해 7월 인천대교에서 버스가 추락해 14명이 숨지는 사고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사고 역시 안전 삼각대 설치 등의 기본 수칙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쉽다. 단지 기본을 지키지 않게 만들고, 원칙을 준수하지 않게 만드는 원인인 안전불감증을 없애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시민 안전의식과 안전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안전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변화시키는 일에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는 무관심 현상이 폭넓게 퍼져있다. 이런 상황 속에 대형 참사가 발생해도 감정적 충격만 받을 뿐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도 나오지 않거니와 대책을 이행할 이들의 의지 또한 갈수록 미약해져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할 언론 역시 본질을 못 보기는 마찬가지다. 사고 재발 방지에는 무관심하고 관련자 처벌과 보상, 마음 아픈 사연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가 일색이다.
우리나라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다. 사계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경제력도 세계 상위 수준에 올라 있어 생활환경도 풍족하다. 그러나 안전불감증이 불러오는 각종 사건사고들이 이런 장점들을 덮어 버리고, 불안한 사회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불안한 나라로 각인되는 나라를 세계 그 어느 국가가 선진국으로 인정을 하겠는가. 이제 우리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한국, 기본이 서있는 한국을 물려줄 준비를 시작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전 사회적으로 안전교육을 철저히 시행하고,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는 문화를 정립시켜 안전불감증의 싹을 완전히 제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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