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환(쌍용양회공업주식회사 동해공장 환경안전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말과 소이다.
말과 소는 우리 인간에게 고마움과 부유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기분 좋은 가축이다. 말은 최고의 운송수단 역할을 해왔고, 소는 인간의 능력으로 감당키 어려운 물건을 들거나 끌 때 ‘중장비’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두 가축이 이렇게 충복이 되었던 것에는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인간이 잘 돌보아주고 관리를 잘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두 가축을 관리하지 않거나 방치한다면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바로 <馬耳東風>과 <牛耳讀經>이란 본성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가지 모두는 “말을 들어 먹지 않는 귀(耳)”와 관계가 있다.
馬耳東風은 “말의 귀에 동풍이 불어와도, 말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집이 세고 자신의 아집만 강하게 드러내는 동물이 바로 말이라는 것이다.
관리를 잘 해주지 못하면 말은 주인에게 불성실하게 되어, 말 본연의 직분을 지키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면 ‘적당주의’가 만연해지고, ‘설마’라는 안전불감증에 접어드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것이 ‘설익은 질긴 말의 머리’로 표현될 정도의 고집과 맞물리게 되면 주인의 눈에 완전히 벗어나게 되고,결국에는 주변까지 큰 피해를 겪게 하는 아찔한 순간을 가져오게 된다.
‘牛耳讀經’은 어떠한가. ‘소’를 생각하면 우직하게 일 잘하는 가축이지만, 그 고집은 말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된다. ‘황소고집’이라는 용어가 괜히 생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 두 가지 4자성어를 얘기한 것은 최근 산업현장의 모습에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요즘의 산업현장을 보라! 초 고학력 시대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모든 근로자들의 개성과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안전과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접해 보지 못한 터라, 남의 간섭이나 충고를 꺼려한다. 자기 자신의 사고와 이기주의를 너무나 앞세우기 때문에, ‘馬耳東風’과 ‘牛耳讀經’의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집 센 두 가축을 그냥 방치하다 보면 어마 어마한 재앙이 나타날 수 있다. ‘馬耳東風’과 ‘牛耳讀經’은 엄연한 人災다.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측하면서도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것은 사고유발행위를 넘어 범죄라고 표현하고 싶다. 단순한 재해 행위라 할 수 없는 파괴적 범죄로서, 기업은 물론 이 나라의 산업분위기를 해치는 악질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뻔히 보이는 잘못을 그대로 방치하는 요행심, 재해를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인식하는 적당주의, 모든 재해를 그저 운이 나빴다라고 생각하는 책임회피주의. 이러한 행위는 폐쇄 사회인 북한에서도 통하지 않을 것인데, 세계 10대 무역 대국이라고 외치는 대한민국에는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이 메뚜기 한 철이 아니질 않는가. 생명의 고귀함, 생명의 신성함, 동료와의 소중한 우정. 이들 소중한 가치 아래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복불복’의 논리는 그냥 코메디로만 넘겨야 한다.
애초부터 말과 소의 귀가 막히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나가야 하는 것처럼 산업현장에서도 근로자들에 대한 관리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막힌 귀가 있다면 시원하게 뚫고,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잘 달리는 말, 일 잘 하는 소를 기억해야 한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근로자들의 아내와 가정을 생각해보고, ‘마이동풍’과 ‘우이독경’의 폐해가 우리 산업현장에 자리잡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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