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행을 9개월 앞둔 현재 검사율은 약 36%에 그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 자체가 의심되고 있다. 또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최근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유예기간을 3년 더 연장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리고 최 의원은 11일 전국 아파트, 학교, 보육시설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했다. 법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들어봐 그 개선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렇다면 정부가 제정한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최근 들어 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번 토론회를 통해 살펴봤다.
검사·개선비용만 3,000여만원, 비용적 부담 너무 심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내년 1월 26일까지 관리대상인 놀이시설 모두 설치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설치검사율은 3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렇게 검사율이 낮은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먼저 비용문제가 가장 크다. 놀이시설을 검사하고 새로운 기준에 맞추려면 약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공원 등 공공시설의 경우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지원이 가능하지만, 공동주택, 사설학교, 보육시설 등 민간시설의 경우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주택, 어려운 재정형편에 놓인 영유아 보육시설, 종교단체와 같은 비영리법인의 경우 비용적인 문제로 인해 검사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국가의 지원여부에 따라 설치검사를 받는 비율도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공공시설(43.8%)의 설치검사율이 민간시설(33.7%)보다 약 10% 정도 높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전국어린이집연합회 황재만 정책이사는 “어린이집의 경우 물가억제정책에 따라 보육료를 제한하고 있어 원장의 부담이 매우 클 것”이라며 “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많은 어린이집, 그중에서도 놀이시설 설치 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소규모 어린이집의 상당수가 놀이시설을 폐쇄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이사는 “원장들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더 주고, 국가의 무조건적인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라며 “설치 검사뿐만 아니라 정기검사, 보험료도 일부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유치원연합회 임장혁 사무총장도 “교육시설의 경우 사설로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교사들의 월급을 줄이거나 수업료를 올리면서 시설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며 “이럴 경우 교사들 및 학부모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 당장 시행한다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한 만큼, 유예기간을 더 늘려 현실에 맞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법안에 가장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공동주택 주민들이다. 아파트 등에 놀이시설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관리대상 놀이시설의 45%가 주택단지에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주택단지의 경우도 39.7%의 검사율을 보이는데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공동주택 주민들의 경우 단체행동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놀이시설의 대규모 축소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원일 전국아파트연합회 사무총장은 “2008년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설치검사 시 거의 불합격됐는데, 이는 위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바뀐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며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개선을 하는데도 정부의 지원이 전무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단독주택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놀이시설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지원하면서 이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라며 “아예 놀이시설을 폐쇄하고,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덧붙여 지적했다.
검사의 체계성도 문제, 검사기관에 책임성 부여 필요
한국조경신문사 김부식 발행인은 안전검사의 체계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놀이시설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기관은 2개 기관에 불과하다. 이들 기관의 검사원 42명이 현재 55,860개소에 달하는 놀이시설의 설치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 인력이 크게 부족하면서,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발행인의 주장이다. 특히 2개 기관이 독과점 형태를 보이면서 검사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됐고, 부실검사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김 발행인은 덧붙였다.
김 발행인은 “검사를 민간에서 담당하게 한다면 검사의 책임성을 부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아울러 일부 무자격 업체에 의한 시공 및 관리로 놀이터 고무바닥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무자격 업체에 대한 관리책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 김동지 사무관은 검사기준을 완화하고,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에 집중 투자해나가면서 비용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 사무관은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바닥재가 아닌 모래로 시설을 개선하고, 그네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면 고리 등을 일괄적으로 교체하는 등의 ‘선택과 집중’의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사고통계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김 사무관은 “사고의 90% 이상이 사용자 부주의에서 발생하는 만큼, 놀이시설 주변에 안전감시원들을 배치하고 보호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시켜 이용자들의 경각심을 높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들 의견 외에도 자율 토론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대부분이 설치검사와 정기검사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예산 충원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여가생활로 남는 이익분을 어린이 안전시설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과 놀이시설 관련 5개 부처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충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예다.
최 의원 “유예기간동안 정부지원 최대한 이끌어낼 것”
최 의원은 “아이들이 안전한 놀이시설에서 뛰어놀게 하는데 법안의 취지가 있다”면서 “현 상태가 계속 방치된다면 결국 놀이시설이 축소·운영되는 등 입법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3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은 연착륙기간을 둔다는 의미”라며 “1년 단위로 해서 정부의 지원을 점차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재성 의원은 이 법안을 민생법안 및 중점법안으로 추진하여, 국회통과를 위해 최대한 노력해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행안부는 현행 법안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법 시행은 예정대로 강행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시행을 해나가면서 지원책 및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토론회를 볼 때 각계의 반대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놀이시설 안전관리에 대한 일문일답 | 행안부 박제화 안전개선과장

Q. 우리나라 놀이시설 관리현황?
관리대상 놀이시설은 전국적으로 55,860개소가 있다. 장소별로 보면 아파트 등의 주택단지에 25,037개소(45%)가 몰려있다. 그 뒤로는 보육시설 8,643개소(15.5%), 유치원 6,832개소(12.3%), 공원 6,769개소(12.2%), 학교 6,285개소(11.3%)의 순으로 분포되어있다.
Q, 놀이시설 안전관리 체계?
안전관리와 관련된 총괄적인 업무는 2009년 1월 20일부로 행안부로 이관됐다. 단, 기구의 기술적 안전성 인증검사는 지경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개별 법령에 의해 국토부(주택단지 등), 보건복지부(보육시설 등), 여성가족부(복지시설), 교과부(유치원, 학교), 지식경제부(대규모점포) 등에서도 각각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지자체로 안전관리권한을 이양하기 위한 법률개정안이 국회 행안위에서 계류 중에 있는 상태다.
Q. 놀이시설 안전사고 현황?
어린이 놀이시설의 안전사고는 2004년 이후 2009년까지 약 4배(146건→560건) 증가했다. 특히 놀이시설의 중금속 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방부목재로 만든 64개소의 놀이시설을 조사한 결과, 표면 오염농도가 철재나 플라스틱시설보다 수십에서 수백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Q. 놀이시설 안전관리의 문제점?
놀이시설 관리에 대한 문제점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검사인력 및 기관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관련법에 대한 관리가 5개 부처로 분산되어 있어 일관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여기에 사고 이력 등 통합적인 관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효율적인 정책 수립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Q. 정부의 개선책은?
최근 범정부차원에서 놀이시설의 안전관리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전문기관의 자문과 타 검사 사례 등을 검토해 수수료 체계 전반에 대해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현재 적정 수수료 산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둘째, 검사기관의 추가지정 및 검사인력을 확충하여 놀이시설에 대한 검사를 최대한 조기에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놀이시설 관리주체에는 지자체의 공동주택, 보육시설 등의 환경개선 지원사업과 연계해 비용의 부담을 최소화시킬 계획이다.
셋째, 지자체별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 주관부서를 지정하여 개별 법령에 따라 분산된 관리체계를 총괄적으로 조정해나갈 예정이다.
넷째, 놀이시설 안전관리시스템을 상반기 중에 구축하여 놀이시설에 대한 자료를 전산화하고, 하반기부터는 놀이시설 기구 현황, 안전사고 등 40여종을 통계관리해나갈 방침이다.
다섯째, 민간 안전감시원을 위촉하여 안전관리 활동을 강화하고, 지자체별로 우수놀이시설을 선정하여 인증판을 수여하는 등 관리주체의 안전한 관리를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개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관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놀이시설을 추가적으로 관리대상에 포함하고, 안전검사의 기준도 놀이시설의 안전성 및 관리부담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