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는 규모 9.0이라는 초유의 강진과 10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9개 도현의 사상자만 4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15일 현재 피난민만도 55만명이 발생했다.
이번 일본 지진 참사는 우리에게 자연 재난의 무서움을 보여준 동시에 사전 준비의 필요성을 여실히 절감하게 해주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지진 대비가 철저한 나라로, 안전에 있어선 최고의 선진국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안전강국이 자연 재난 앞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간접적인 여파로 원전 1·2·3·4호기가 연이어 폭발한 것은 물론 인근 석유화학 플랜트까지 화재로 폭발했다. 이로 인해 주요 산업시설은 생산가동을 멈추었고, 도시는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처참하게 폐허화됐다.
이 참상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선은 애도를 넘어 불안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대재앙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국가인 우리나라가 ‘과연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하는 의문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전문가와 언론 등이 이미 제시했듯이 우리나라 역시 안전하지 못하다.
국내에서는 규모 2.0이상의 지진이 연평균 42.8회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지진이 드문 현상이 아니다. ‘지진안전지대’의 발표에 따르면 건물 파손을 가져오는 규모 7.0 이상의 강진도 그동안 24차례나 발생했다고 한다. 게다가 1년 내에 규모 7.0이상의 강진이 한반도에 발생할 확률도 57%나 된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질 구조상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대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에서 잦은 지진이 발생하며, ‘트리거링(방아쇠) 효과’로 인한 지진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만약 이들 주장처럼 한반도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최근 이를 예측해볼 수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은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지진에 따른 피해를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한 자료’를 받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6.5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 7,700여명, 부상자 10만 7,000여명 즉, 11만명에 이르는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 9.0의 강진을 맞은 일본에 버금가는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더 작은 규모의 지진에도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그만큼 지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댐, 도로, 항만 등의 국가 기반 시설과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의 건축물에는 내진설계를 적용토록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적용대상의 20%도 채 안 되는 건축물에만 내진설계가 되어 있을 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건물들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게다가 1, 2층 규모의 건축물은 내진시설이 전무한 상태여서 한반도 지진 피습 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은 당연한 것이다.
최근 한반도에는 일본 지진이후 4일 연속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 지진 발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나라도 지진 대책의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서둘러 3층 이상의 건축물과 시설물 등을 대상으로 내진 시설 점검 및 보강작업이 실시되어야 하고 3층 이하의 건축물에도 내진 설계 의무화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형식적인 지진대피훈련도 보다 짜임새 있고 실효성 있는 훈련으로 개선·실시해 전 국민들이 지진에 대한 대응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고 한들 대형 자연재해를 인간이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일본을 통해 보았듯 사전에 준비를 하면 그 피해는 분명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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