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등 단순 외래환자는 동네의원에서, 입원환자는 병원에서, 중증환자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즉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양질의 대국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불합리한 의료 서비스 제공 및 이용 관행과 이에 따른 국민부담 가중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종별 의료기관 담당 역할 개선
계획의 핵심은 전체 의료 시스템에서 종별 의료기관이 담당할 기능과 역할을 정하고, 유인책과 역유인책을 병행해 종별 기능의 정착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진료 기능, 교육 및 연구 기능 등을 대폭 강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병원으로 육성되며, 병원 의료기관은 전문병원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병원이나 의료 취약지역에서의 지역 중심병원으로 키워진다. 그 외 동네의원은 만성질환 및 노인환자 등 외래환자에 대해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 의료기관으로 육성된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상반기 중으로 의료기관 종별 표준 업무를 고시하고, 하반기에는 만성질환 관리체계, 전문병원제, 연구중심병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수가체계 조정
복지부는 의료기관 종별 기능에 적합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환자 본인부담금 및 건강보험 수가체계도 단계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동네의원을 이용하는 만성질환자 등의 본인부담은 줄여주고, 감기 등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부담은 높인다는 게 복지부의 기본 방침이다.
또 복지부는 중환자실, 응급실 등 중증 질환자의 진료환경 개선에 투자하기 위해 대형병원의 외래 수가도 조정할 방침이다.
이밖에 복지부는 과당 경쟁의 산물인 병상 및 장비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병상수급 평가제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의료기관 개설 허가와 연계시키기로 했으며, 신규 의료장비 검사를 강화해 노후 부적합 장비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과 상생체제가 구축되면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기술 발전, 의료비 부담 경감, 건강보험 재정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복지부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에 대해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일제히 반발을 하고 나섰다. 이번 계획이 의료공급과잉과 공급체계의 문제를 방치하고 환자들에게만 비용부담을 늘리는 방식이라며 대형병원 쏠림 문제를 막기 위한 정책효과도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동계는 “복지부가 진정으로 대형병원 환자쏠림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외래환자를 놓고 벌이는 병원들의 무한경쟁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