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사각지대 '소방 고가사다리차'
안전의 사각지대 '소방 고가사다리차'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1.03.23
  • 호수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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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안전점검, 장비 노후화가 사고불러 / 정기적인 안전검사 시행, 시급히 제도화해야

 

최근 소방용 고가사다리차를 타고 고층 아파트의 고드름을 제거하던 소방관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방장비의 안정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고가사다리차의 경우 1992년 11월에 등록된 장비로 내용연수(15년)를 4년이나 넘긴 차량이라는 점과 사고 한 달 전 사고 원인인 와이어로프를 교체했다는 점에서 부실 점검 및 노후화된 장비가 빚어낸 인재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소방당국은 앞으로 점검을 강화하고, 사용 연한을 초과한 고가사다리차를 폐차하겠다는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대책으로는 고가사다리차의 근본적인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고가사다리차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사안들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 계속되는 유사재해

소방 고가사다리차의 안전성 문제가 우리 사회에 알려진 것은 4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고가사다리차에 탑승해 소방훈련을 받던 학부모 2명이 고가사다리차의 와이어로프가 끊어지면서 철제 승강기박스와 함께 바닥으로 추락,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는 부실한 소방용 고가사다리차의 관리체계를 여실히 보여줬었다. 관할 소방당국이 고가사다리차의 와이어로프에 대한 안전점검을 소홀히 했던 것.

이에 따라 소방용 차량에 대한 점검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지만, 사고가 잊혀짐에 따라 그 목소리도 조용히 사그러들었다. 그 결과 이번에 비슷한 유형의 재해가 또 다시 재발하게 된 것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그동안 공식적으로 확인된 고가사다리차 사고는 총 4건이다. 하지만 인명 및 큰 재산피해가 없을 경우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고 작은 사고가 무척 많았을 것이라는 게 소방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노후 고가사다리차 전체 ‘11%’

고가사다리차 사고의 원인으로는 ‘장비의 노후화’가 일순위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고가사다리차는 모두 404대가 있다. 이중 내용연수(사용연한)인 15년을 넘긴 노후차량은 44대로, 전체의 약 11%를 차지한다. 수치상으로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닌 듯 하나 지난해 10월 소방방재청이 소방장비의 내용연수를 조정해 고가사다리차의 내용연수를 12년에서 15년으로 늘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 노후도는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처럼 상황이 심각함에도 고가사다리차를 신규로 교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고가사다리차의 가격은 대략적으로 국산은 약 5억∼6억원, 외국산은 약 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이리 고가인데도 고가사다리차는 국비가 50% 지원되는 구조장비와 달리, 전액 지방비로 구입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이 내용연수(사용연한)를 넘긴 고가사다리차를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이 소방장비의 국고지원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황이다. 

◆ 부실한 안전점검

사고를 부르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부실한 안전관리체계를 들 수 있다. 고가사다리차는 사고 및 재난 현장에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차량으로, 전문적인 기술력이 집약돼 만들어졌다. 때문에 그에 걸 맞는 수준의 안전점검과 정비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안전성은 물론 성능이 유지가 될 수 있다.

헌데 현실에선 비전문가인 일선 소방관들이 일상적인 점검과 육안검사만을 실시하고 있거나 제작업체 등이 한정적인 점검 서비스를 해주고 있을 뿐이다.

정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각 소방관서에서 제조업체에 부품을 의뢰, 구입하여 자체적으로 정비를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점검·정비를 실시했다하더라도 안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고 있다. 실제 이번에 사고가 난 고가사다리차는 사고 발생 한 달 전 안전점검을 받고 새 와이어로프로 교체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났다.

한 소방공무원은 “고가사다리차 제작회사가 도산을 하여 제대로 점검과 정비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정도”라며 “전문적이고 정기적인 안전관리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노후 차량 폐차할 것

소방방재청은 최근 고가사다리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용 연한을 초과한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를 폐차하기로 하고, 관련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다만 방재청은 폐차를 원칙으로 하되 이 가운데 사용 빈도가 낮은 고가의 장비는 전문가에게 점검을 받고 사용하기로 했다.

또 방재청은 이달 말일까지 고가사다리차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을 실시하라는 지침을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 하달했다. 이에 따라 전국 소방관서는 서둘러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방재청은 노후차량의 교체를 위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국고보조 확대 관련법령이 조속한 시일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기로 했다.

◆ 전문기관의 정기적 점검 필요

소방방재청이 노후 고가사다리차를 폐차하는 것은 물론 차량 교체에 대한 국고보조를 확대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는 대책안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위험성이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고보조가 확대되어 신규 장비의 도입이 늘어난다한들 정기적이고 전문적인 안전관리체계가 도입되지 않는 이상 사고의 위험성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사장비인 이삿짐 운반용 리프트(고가사다리차)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제작 시 안전인증을 받고, 2년에 1번씩 사용 중 안전검사를 받도록 되어있다. 반면 소방 고가사다리차는 소방산업기술원에서 최초 납품할 때 형식승인을 할 뿐 사용 중 법적인 안전검사가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현장에 배치된 직후부터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위해서라도 이삿짐 운반용 리프트 검사 주기만큼의 안전검사가 실시돼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전문가들은 해당 장비가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에 쓰인다는 점을 감안해 자동차 정기검사처럼 노후화 될수록 더 잦은 주기로 안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점검의 주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소방 고가사다리차의 안전점검은 주로 제조사나 보수업체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전문성이나 신뢰성면에서 다소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제조사들의 경우는 영세한 업체가 많다보니 부도 등으로 인해 꾸준한 관리가 되지 않고, 보수업체들의 경우는 보수비용에만 초점을 맞춘 점검을 하다 보니 과다비용 청구, 불필요 점검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의 점검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조언을 하고 있다. 보수비용이나 이해관계 등에 상관없이 안전점검을 할 수 있기에 보다 객관적인 점검이 실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점검기관이다 보니 비파괴 검사 등 고가의 정밀측정장비를 활용한 정확한 점검이 가능하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꼽는 이들 기관의 장점이다.

최근의 사고에서 보았듯 인명구조에 사용되는 소방 고가사다리차에서 장비 결함이 생길 시에는 목숨을 걸고 구조활동에 나선 소방대원의 생명은 물론 구조 대상인 국민들의 생명까지 잃게 만드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더 이상 숭고한 소방대원의 생명과 소중한 국민들의 목숨이 쉽게 사그러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방 고가사다리차에 대한 안전관리의 법제화가 필히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Tip  소방분야 고가사다리차 종류

▲ 사다리소방펌프자동차
여러 단으로 겹쳐진 사다리가 안테나처럼 빠져나오는 형태의 고가사다리차로, 빠져나온 사다리의 레일 위로 사람을 태운 승강기가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다. 이 때 승강기는 연결된 와이어로프를 밀고 당김으로써 움직여진다. 지난 1월 22일 발생한 광주 모 아파트 고드름제거사고 때 쓰인 고가사다리차가 바로 이것이다.

 

▲ 굴절탑소방펌프자동차

 

여러 개의 긴 붐을 굴절이 가능하도록 연결해 놓은 고가사다리차로, 평소에는 붐을 접어놓은 형태로 운행하다 사용 시에는 위쪽으로 붐을 펼칠 수가 있다. 사람이 타는 바스켓은 가장 상단에 위치한 붐의 머리에 붙어 있다. 펼치고 접는 과정에서 항시 바스켓이 수평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수평을 유지하는 작업이 대부분 바스켓에 연결된 와이어로프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난 2007년 발생한 서울 모 초등학교 추락사고 때 쓰인 고가사다리차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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