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험실 안전체계 구축이 곧 ‘산업경쟁력’
연구·실험실 안전체계 구축이 곧 ‘산업경쟁력’
  • 연슬기 기자
  • 승인 2011.04.06
  • 호수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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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의원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 토론회’ 개최


올해로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법’이 시행 된지 5년이 됐다. 법의 제정으로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연구실, 실험실 등에 안전관리체계가 구축됐으며, 우수한 과학기술인력들이 사고를 입었을 때 피해구제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법의 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분명 아니다. 연구실험실 사고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매년 폭증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사고 신고를 누락하거나 축소, 은폐시키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의 제정이 연구실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은 자명하지만, 재해감소의 해법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최근 보다 안전한 연구실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의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 토론회’가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과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토론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제기한 연안법의 한계와 개선안 등을 정리해봤다.

◆ 연구실 안전 어디까지 왔나

2006년 4월 연구실 안전관계자들의 숙원이던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법(이하 연안법)’이 시행됐다. 관련 법의 시행에 따라 연구·실험실 종사자들은 연구·실험실 안전사고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결과는 이런 기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최근 이상민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 및 연구기관 연구실 안전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연안법이 시행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대학 및 연구기관 연구실에서는 총 39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346명의 연구원과 학생들이 다쳤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지난 2006년에 14건이었던 사고가 2009년말에는 163건에 이를 정도로 폭증했다는 것이다. 즉 법이 발효된지 5년이나 되었음에도 여전히 연구·실험실의 안전관리 수준은 매우 미흡한 상태인 것이다.

◆ 연안법, 무엇을 담고 있나

증가 일변도의 연구·실험실 안전사고를 그동안 정부와 국회가 주시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법 제정이후 총 4차례에 걸쳐 연안법을 개정해 연구·실험실의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월 9일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올 9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연안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정안은 정부로 하여금 대학·연구기관 등의 연구실 안전환경 및 안전관리현황 등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공표하도록 했다.

또 개정안은 연구실별 안전관리담당자에 대해 지도·조언을 할 수 있는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자를 지정토록 했으며, 연구실 사고 발생 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연구실의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대학·연구기관 등과 연구실 안전관리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비영리법인(단체)에 대해 연구 추진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도록 했다.

◆ 연안법 시행 후의 변화

이번 토론회에는 이근원 대덕연구단지안전협의회 회장과 이영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정학 전 서울대학교 환경안전원장, 이광원 대전·충청권 연구실안전 지원센터장, 송민효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실안전팀장, 고경수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연구안전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 참석자들은 연안법 시행의 성과를 ▲법적·제도적 측면 ▲의식 및 교육적 측면 ▲투자 측면 ▲기술적 측면 등 크게 4가지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법적·제도적 측면과 관련해 토론자들은 법적 근거가 마련돼 연구실 안전 종사자들의 업무 추진이 보다 수월해졌다는 점을 성과로 들었다.

또 토론자들은 의식 및 교육적 측면에서의 성과로 연구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연구실 안전교육 등에 대한 참여율이 향상된 점을 꼽았다.

세 번째 투자 측면에선 안전점검과 진단이 실시됨에 따라 연구실 안전투자비가 증가하고, 안전교육 시장이 보다 활성화 된 것을 성과로 지목했다.

끝으로 기술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연구실 안전 R&D 투자가 활성화돼 연구실 분야별 위험특성 평가와 저감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들었다.

◆ 여전한 문제점은 무엇?

토론자들은 연안법의 사각지대와 연안법의 시행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먼저 토론자들은 연안법이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책임자를 지정토록 하지 않아 여전히 연구주체의 장(연구실 책임자)의 안전의식이 미흡함을 지적했다. 연구실 책임자들에게 의무가 없다보니 안전업무의 추진이 원활하지 않다는게 토론자들의 설명이다.

또 토론자들은 법의 시행으로 인해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자의 업무와 책임이 과중해진 점도 문제점으로 들었다. 실제 참석한 연구·실험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대학 및 연구기관 등에서는 안전부서의 근무를 기피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토론자들은 연구실 안전 관련 교육 콘텐츠가 부족함도 지적했다. 연구실 환경에 최적화한 교육자료가 부족하다보니 효과적인 안전교육의 실시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토론자들은 연구실 안전교육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교육강사의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음도 토로했다.

이밖에 토론자들은 상당수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 안전부서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들었다. 안전업무를 계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없다보니 안전업무를 추진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게 토론자들의 설명이다.

◆ 연안법 사각지대 시급히 개선돼야

이날 토론자들은 연구실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과 향후 연안법의 개정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그 대표적인 사안은 다음과 같다.

이근원 회장 = 이 회장은 연안법의 사각지대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보완할 점을 설명했다.

먼저 이 회장은 현행 연안법 제3조 1항에서 연안법의 적용 범위를 ‘대학·연구기관 등이 연구개발활동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치한 연구실에 적용한다’고 규정한 것에 대해 법 적용 범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를 컴퓨터 관련학과, 예술대 등처럼 명확히 기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은 국가 화재 안전기준처럼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도 국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갖추어야 할 안전장비 등이 법으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 회장은 효과적인 안전교육을 위해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교육도 일정 범위까지는 법정 교육시간으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이 회장은 정부의 연구실 안전환경관리 시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연구실 안전전문기관의 설립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정학 원장 = 이 원장은 정부나 국회차원에서 대학에 보다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학에서 안전이 주요 시책으로 추진되려면 총장이나 부총장 정도가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하다보니 안전이 미진하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 원장은 이상민 의원 등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들이 정기적으로 대학총장들의 모임해 참석,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원장은 안전관리를 잘하는 대학과 못하는 대학을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함을 역설했다.
이 원장은 “현재 대형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모든 대학이 똑같은 취급을 받다보니 연구·실험실 안전에 큰 발전이 없다”라며 “잘하는 대학에는 혜택을, 못하는 대학에는 불이익을 줘서 대학의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원 센터장 = 이 센터장도 이정학 회장의 의견에 상당부분 동조의 뜻을 보였다. 이 센터장은 “안전과 관련한 차별적인 대책이 없다보니 대다수 대학의 안전의식이 미흡하다”라며 “안전관리 수준을 대학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센터장은 안전관리자에게 혜택은 없고, 책임과 의무만 존재하는 현 상황도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아울러 이 센터장은 현재 사고 후 관리에서 나타나는 정부기관의 강압적인 처리과정에도 불만을 표출했다. 평시 관리는 느슨한 반면 사고 후 대응은 너무 강력해 연구·실험실 안전관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센터장은 안전 관련 정부기관 등이 평시 점검을 강화해 과태료 부과 등의 처벌을 함으로써 대학들이 꾸준한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이 센터장은 연구·실험실 안전관리자의 채용 및 선임이 정규직화 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센터장은 “계약직 등 불안정한 지위의 안전관리자를 지정하게 되면 소속감 및 사명감이 없어 업무의 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연구실 환경개선 사업 등도 추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송민효 팀장 = 송 팀장은 주로 안전교육의 개선방안에 대해 주장을 펼쳤다. 송 팀장은 현재 법으로 규정한 안전교육 시간이 대학의 입장에서 성실히 이행하기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유분방한 대학의 특성상 매월 1시간 이상씩 정기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송 팀장은 산업안전보건법처럼 분기별로 몇 시간씩 교육을 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송 팀장은 연구실 표준모델에 대한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송 팀장은 “사무공간과 실험실의 분리, 실험대 간 최소 이격거리, 분야별 실험실이 갖추어야 할 안전설비의 종류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그 기준에 따라 연구실이 구성이 되고 신규로 생기는 연구실에 대한 가이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경수 실장 = 고 실장은 연구실 안전 관련 정부의 예산이 더욱 늘어나야 함을 강조했다. 고 실장은 2011년 정부 예산이 28억원 정도인데, 이 정도로는 연구실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고 실장은 “연안법 시행 초창기때 만해도 연구·실험실의 안전이 매우 열악했는데, 현재는 매우 큰 개선이 이루어졌다”라며 “하지만 아직도 취약한 점이 많은 만큼 정부의 예산과 지원을 더 확대해 시급히 연구실 안전의 기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 = 이상민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이 시급히 구축돼야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의원은 안전교육 전문 강사 양성, 교육전문기관의 연수활동 강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계획 이행철저, 연구종사자들의 안전의식 제고 등에 정부 및 지자체, 대학, 연구기관 등이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의원은 “연구·실험실에 안전체계가 구축되는 것이 결국 산업경쟁력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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