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5% 우울증 위험군에 속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10명 중 9명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와 고강도 근무 환경 등으로 심각한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는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 노동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26~31일까지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 1600여명 가운데 조합원 97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이 중 796명이 설문에 참여해 응답률은 81.4%를 보였다.
근무 환경을 살펴보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1일 평균 콜수는 120콜 미만이 36.0%로 가장 많았다. 140콜 미만은 29.6%, 140콜 이상은 10.0%로 나타났다.
점심시간을 제외한 1일 평균 휴게시간은 30분 미만이 9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의 휴식이 권장되지만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매일 콜수를 채우기 위해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부는 주장했다.
고객들의 업무상 괴롭힘도 여전했다.
근무 중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 등 업무상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93.0%(중복응답)가 ‘무리한 요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인격무시 발언(87.2%), 욕설(81.0%), 성희롱(14.4%) 등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점점 피폐해졌다.
우울증 평가 척도인 PHQ-2는 총점 6점 중 2점 이상이면 우울증 ‘위험군’에 속한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 중 84.5%가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의 주요 영역별 위험 빈도를 살펴보면 ‘고객 응대의 과부하 및 갈등’ 영역에서 93.9%가 위험 수준에 해당돼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 감시 및 모니터링’ 영역에서도 92.8%가 위험군에 속했다.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고통을 호소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99.4%는 적어도 한 부위 이상의 신체에서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한 자각 증상과 통증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어깨 부위에서 가장 많은 통증이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공공기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건강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