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상기후 현상으로 긴 장마와 잇따른 태풍으로 1조2585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피해액의 3배를 넘어선 수치다.
기상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 총 24개 기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지난해 발생한 우리나라 이상기후 현황·사회적 영향을 집대성했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지난해 중부지방 장마기간은 54일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길었다. 또한 7월에는 1951년 이후 처음으로 태풍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은 반면, 8~9월에는 장미, 바비, 마이삭, 하이선까지 4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연달아 상륙했다.
이로 인한 재산피해는 1조2585억 원, 인명피해는 46명으로, 최근 10년(2010~2019년) 연평균 피해(재산피해 3883억 원·인명피해 14명)의 약 3배를 넘어섰다.
산사태도 1976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많은 6175건(1343㏊)이 발생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지난해 8~9월 사이 국내에 영향을 미친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29만4818호에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 피해가 가장 많았던 2019년 태풍 ‘링링(16만1646호)’보다도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은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했는데, 특히 지난해 1월 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따뜻했다. 높은 기온의 영향으로 해충의 월동란이 폐사하지 않으면서 여름철에 대벌레·매미나방 등 혐오 곤충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포근한 겨울로 대설·한파 피해는 한랭질환자 303명, 사망자 2명으로 5년 평균대비 각각 34%, 81.2% 감소했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지난해는 이상기온, 긴 장마, 연이은 태풍 등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던 한해였다”며 “이번 보고서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