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산업재해통계를 보면 50인 이하 중소 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전체 재해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대기업에서의 산업재해는 감소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에서의 산업재해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 최근 몇 년간 산업재해 추세다.
이런 점을 반영, 정부도 근래 들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안전관리활동과 관리·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만큼 중소기업에서의 산업재해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흔히들 중소기업에서 산재가 많은 이유로 안전에 대한 투자의지가 없는 경영주와 안전의식이 부족한 근로자를 드는데, 사실 가장 큰 원인은 산업구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하청구조로 되어 있다.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하청을 받고, 다시 그 중견기업이 하부기업에 하청을 주는 재하청이 반복구조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우리가 매일 이용하고 있는 자동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부품 2만개에서 3만개가 필요하다. 이는 곧 자동차 한 브랜드 아래 2만에서 3만개사의 하청업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하청구조가 1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2단계, 3단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볼 때 사실상 10만개사 이상의 하청업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하청구조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Mobile Phon, TV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성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하청의 재하청을 받은 중소규모 기업에서의 ‘안전’이다. 1차 하청기업이 아닌 2차, 3차 하청업체들은 50인 이하 규모가 대부분일 정도로 영세한데다, 생산량을 맞추는데 급급한 경영방식을 취하고 있어 ‘안전’을 염두에 둘 여유가 없다. 안전이 필요하고 프레스 등에 안전장치를 장착해야 하는 것쯤은 이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들의 현실인 것이다.
“프레스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면 생산량의 40%가 줄어들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설치할 수가 없습니다. 또 원청에 납품해야할 단가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한 상황에서 안전장치에 투자할 여력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이는 자동차 부품 업체가 가장 많은 안산 시화공단의 한 공장 경영진의 말이다. 이같은 하청업체의 하소연은 대기업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생산을 하고 있는 영세소규모 사업장 대부분이 겪고 있는 고충이다.
마진율 5% 미만의 하청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2천만원의 제품을 납품하면 75만원의 순이익이 떨어지는 이러한 환경에서는 안전을 기대하기란 무리가 있다. 실제 영세기업주들은 살아남기도 벅찬 상황 속에 안전을 지키려 노력을 하면 회사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GNP 2만불 시대에 재진입하였다. 경제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허나 그 이면 하나하나까지 강국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지는 사실상 수긍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가 뿌리 깊은 경제강국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하청업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청업체의 재정이 튼실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이 자사 근로자들의 안전을 챙길 수 있을 때만이 누구나 인정하는 경제강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납품 단가가 현실화가 되어야 한다. 단가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영세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안전은 절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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