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낙찰제 건설 현장, 산재 급증”
“최저가낙찰제 건설 현장, 산재 급증”
  • 임동희 기자
  • 승인 2011.04.20
  • 호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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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최저가낙찰제의 폐해 및 향후 운용방향’ 보고서에서 분석


 

건설안전 분야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최저가낙찰제다. 이는 말 그대로 공사를 최저가로 낙찰해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금 현재로는 300억원 이상 공공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최저가로 진행되는 만큼 공사 이외의 부분에 대한 비용은 최대한 줄이는 경향이 강하면서 그만큼 안전에 관해서는 크게 허점을 보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는 그동안 건설안전관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건설업체에게 가장 민감한 ‘수주’라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그 개선은 크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 쉽게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최저가낙찰제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정부는 내년부터 중소규모의 현장이라 할 수 있는 100억 이상으로 그 대상을 확대키로 하면서, 많은 건설안전관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저가낙찰제 건설현장에서 산재가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파헤친 이 연구결과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발표했다.

이 연구와 관련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입찰자가 수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투찰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는데, 이때 노무비를 삭감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것이 건설현장의 하나의 문화가 되면서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무비 삭감은 작업팀의 축소, 무리한 공기단축, 불법 재하도급 등의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크게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삭감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건설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다.

산재 다발 현장의 90%가 최저가낙찰제 현장으로 판명

최저가낙찰제의 폐해를 입증하기 위해 이 연구는 건설현장 산재 발생건수를 중점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09년 공공건설공사 산재다발 사업장(재해율 상위 10%) 중 90% 이상이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된 공사였다. 

또 공사현장의 평균재해율은 0.2%미만인데 비해, 산재다발(재해율 상위 10%) 사업장 가운데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된 현장의 재해율은 평균 3.25%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최저가낙찰제와 재해율 간에 충분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양산도 문제 

노무비 부족 등에 의해 현장에서 저임금의 외국인 건설근로자가 과다하게 투입되는 것도 최저가낙찰제의 또 다른 폐해로 제기됐다. 

공사수주액으로 보면 최저낙찰제공사는 전체 발주공사의 40% 수준인 가운데, 지난 2009년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77.6%가 최저가낙찰제 현장에 고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 실장은 “저가낙찰이 이루어진 경우 현장에서는 노무비 삭감에 따라 우선적으로 저임금근로자를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특히 낙착률이 낮아질수록 외국인력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숙련된 국내건설근로자가 역차별 받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발주된 최저가낙찰제 공사에서 저가낙찰에 의해 상실된 내국인 일자리규모는 2007년 95,040개, 2008년 35,451개, 2009년 36,302개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소기업, 지방업체에 심각한 타격 우려

낙찰제 적용이 확대되면 최저가낙찰대상 공사가 급증하고, 이는 입찰경쟁률의 확대와 낙착률의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중소기업 및 하도급자, 지방업체 등의 피해가 더욱 크면서 지역중소건설업체의 경영난과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현상이 보다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저가낙찰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공기단축이 시도되면서, 전체적인 시설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정부가 내년부터 계획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는 지금 상황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많은 건설안전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또 한가지 문제점으로 제기된 것은 국제적인 추세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이후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최고가치낙찰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종합평가낙찰제의 적용비율이 99%에 달하고 있다.

최 실장은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는 기술경쟁을 중시하고 있는 글로벌스텐더드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내 업체의 해외경쟁력을 저하시켜 해외시장 확대에도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특성에 따른 입·낙찰 방식 활용해야

경쟁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건설분야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최저가낙찰제도 분명 필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단, 중·장기적으로 가격경쟁보다는 기술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이 좀 더 고려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또 최저가 제도 하에서 ‘가격’ 이외에 ‘저가심사’ 기능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원가절감이 가능한 입찰자를 우대할 수 있도록 입찰 제도를 구상하는 것도 요구된다.

최 실장은 “최저가낙찰제를 운영함에 있어 ‘가격’에만 의존하여 낙찰자를 결정하려면, 원칙적으로 입찰자간 기술력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2단계 입찰(Two-step Bidding)을 통해 기술력과 계약이행능력을 먼저 평가하여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실장은 공사 특성에 따라 다양한 입·낙찰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도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실장은 “지방중소업체의 참여가 많은 300억 미만 공사에서는 적격심사낙찰제를 적용해 최소한의 공사원가를 보장하되, 계약이행능력과 가격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는 적격심사제와 최저가낙찰제, 기술제안입찰, 턴키, 대안입찰, 브릿징(Bridging) 방식,  인센티브방식 등 다양한 입·낙찰방식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주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PLUS | 최저가낙찰제란?   최저가낙찰제는 2001년 1월 정부예산 절감 등의 목적으로 1000억원이상 PQ대상 공사에 도입됐으며, 2003년 12월에는 500억원이상 PQ대상 공사, 2006년에는 300억원 이상 공사로 적용대상이 확대됐다. 또 정부는 2009년 9월 정부계약제도 개선방안에서 2012년부터 이제도의 적용대상을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최저가낙찰대상 공사의 입낙찰 절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PQ심사를 통해 경영상태와 공사이행능력을 평가하여 입찰 참가자격을 갖춘 업체만이 입찰에 참여하고, 저가심의를 통해 입찰금액이 적정하다고 판정된 최저가 입찰자가 낙찰자로 선정된다. 활발한 가격경쟁(평균 50여개사 참여)이 이루어지면서, 일반적으로 공사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설계가격의 70~75%)에서 낙찰자가 결정되고 있다.
참고로 최저가낙찰제는 현재 공공공사 발주 방식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예로 2006년 5월 최저가낙찰적용대상이 300억이상 모든 공사로 확대되면서 적격심사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62.3%에서 2008년 29.3%로 감소한 반면, 최저가 낙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8.3%에서 2008년 40.1%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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