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운전, 중증장애인의 신세계’
‘자가운전, 중증장애인의 신세계’
  • 승인 2011.04.20
  • 호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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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재활원 김종배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


 

선청성 골형성부전증 환자인 L군은 성장하면서 골격의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하반신을 못 쓴다. 다행히 손과 팔의 사용은 문제가 없지만 상지에도 척추측만 등의 변형이 생겨 수동휠체어를 못쓰고 현재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가 심함에도 L군은 열심히 노력하여 장애인특별채용으로 최근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현재 그는 수원본사에 근무하는데 집이 인천이라 주중에는 기숙사에서 지내고 주말에만 집으로 간다.

이 회사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L군에게는 엄청난 고욕이다. 먼저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회사에서 수원역까지 간 다음,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인천시청역까지 가야한다. 게다가 이 와중에 구로역에서 환승까지 해야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청시청역에서 내려 집까지 또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서 가야하는 것. 이런 과정을 거쳐 집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무려 6시간이나 걸린다.

그런데 문제는 집까지 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아니다. 그 가는 과정에서 겪는 대중교통의 불편함이 L군을 지치게 만든다. 때문에 최근 그는 운전에 욕심을 내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는 수요에 비하여 택시 수가 턱 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택시를 부르고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또 지하철은 차량과 플렛폼 사이의 간격과 높이가 차이가 나서 휠체어를 타고 탑승할 때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난관이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의 경우 어쩔 수 없이 계단 승월식 리프트를 타야 하는데, 이것이 위험한데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대다수 장애인들이 기피한다.

이처럼 주말마다 곤역을 치뤄야 하니, 운전에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 L군보다 장애가 심하다. 가슴 이하 전신이 마비된 데다 손가락은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팔도 팔꿈치를 굽힐 수만 있지 펼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심한 중증장애인이다. 하지만 필자는 운전을 하면서 잘 다닌다.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차에 들어가서 운전을 할 수 있는 특수운전시스템을 장착한 차량을 미국에서 들여왔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런 모습을 보고 L군이 내차를 달라는 농담조의 글을 올린 것이다. 사실 L군은 필자가 쓰는 특수운전시스템까지는 필요가 없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바로 운전석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개조된 차만 있으면 된다. 최근 한국에도 미니밴을 이렇게 개조하여 판매하는 업체가 꽤 생기긴 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이제는 국립재활원을 비롯한 장애인관련단체 등이 힘을 합하여 국내에서도 전동휠체어를 타는 중증지체장애인들에게 자가운전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중증장애인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그리되면 더욱 많은 장애인들이 이 세상 속에 나설 수 있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유일한 동력원인 인재툴도 보다 튼튼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다양한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 산업현장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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